꿈결같이 만발하던 살구 꽃잎들은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날리며 떨어진다. 나무 아래 엎드린 초가지붕에도 연분홍 눈이 내린 듯 꽃잎이 소복하였다. 토담에 떨어지는 꽃잎은 그대로 다무락에 얹히고, 어떤 이파리는 토담을 스치며 고샅에 날아 앉는다. 그래서 길목은 맨발로 걸어가고 싶을 만큼 연연한 꽃잎들이, 비칠 듯 말 듯한 분홍빛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 126 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