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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박성수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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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의 지적수준을 시험하는 책이라고 보면된다. 독일어 특유의 뱅글뱅글도는 문체와 한문장이 반페이지를 넘나드는, 아주 무시무시한 책이다. 웬만한 집중력이나 이해력이 없이는 시도조차 겁나는, 읽으면서 무지무지 고생한 책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버젼은 본문보다 해설이 더 길다. 본문이 삼분의 일정도, 나머지는 전부 해설이었다. 게다가 그 해설이라는것이 정말 황당한데, 독일어, 프랑스어, 히브리어, 라틴어를 넘나들며 본문보다 더 이해하기 힘들게 한다.

이 책에서 웨버는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위해서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들과 고개가 끄덕여지는 논리적이고 필연적인 생각의 고리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고리들을 전혀 관계가 없을것같은 '돈'과 '종교'에 관련짓는데, 정말 천재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칼빈의 신교가 제창했던 운명 예정설(predestination)이, 벤자민 프랭클린으로 상징되는, 초기 자본주의가 강조했던 절약 및 신용같은 컨셉들의 탄생 원인이라고, 어떻게 보면 전혀 말이 되지않는것같은 말을 하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좀 맘에 안드는 부분이라면 기독교 사회만이 자본주의 사회를 이끌어낼수있다고 하는 웨버의 유럽인 특유의 이기적인 태도인데, 그런거야 옛날얘기니까 이해할수밖에 없긴하다. 그리고 바로 이 태도에서 수많은 동양인 학자들이 열받아서 (내가 보기에는) 이후 19세기와 20세기 동양 사회의 자본주의 발달과 그 이유를 분석해냈다. 이후 경제학과 사회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거다.

고전은 영원하다고나할까. 근래 많은 정치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이 경제와 문화를 연결짓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웨버의 이 책은 그런, 어떤면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이미 한세기도 훨씬전에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자본주의를 서구 사회의 문화적 구심점이라고 할수 있는 기독교를 이용해 해석하고 있으니까. 천재다. 그리고 아마 우리같은 보통사람은 천재가 써놓은 책을 이해하기위해서는 극한의 집중력이 필요한 모양이다.

길기까지 했으면 정말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짧으니까 한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는게 더 좋을것같다. 물론 엄청나게 빡빡하고 난해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면 한번에 후딱 읽히는 경우도 있다. 두번내지 세번정도 시도하면 된다. (내경우에) 사회학과 경제학, 사회 경제학 개론에는 반드시 나오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 책을 읽을 모든 이들에게 행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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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장수 야곱 - 복잡한 세상을 사는 소박한 지혜
노아 벤샤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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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전에 읽은 책이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야곱이 구운 빵속에서 나온 지혜의 말에 감동받은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 새벽에 빵집에 가서 문을 열 준비를 하는 야곱의 모습이다. 퍽 감각적인 부분이다. 아직도 조심스럽게 정성스럽게 움직이는 야곱의 모습이 눈에 보는듯하다. 반짝이는 쟁반에 밀가루를 솔솔 뿌린후 빵반죽을 올려놓고 알맞은 불에 굽는 야곱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더불어 정말 향긋한 빵냄새도 맡아지는듯하다.

아마 어려서 읽었기때문에 이해하기쉬운 부분만이 기억속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바로 그장면에서 난 어쩌면 야곱의 진짜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자기자신에게 엄격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그 모습이 바로 야곱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가끔씩 입가에 생긋 웃음을 띄게 하는 말들도 나온다. 예를 들자면, '천둥소리는 하나님이 이사갈때 가구 움직이는 소리야' 같은 거. 아마도 어린날의 나는 이 구절이 퍽 인상깊었었나보다. 그때 일기들을 읽어보면 비오는 날마다, 천둥치는 날마다 저 구절을 써놓았었다. 엄마 아빠께서 집에 안계실때 천둥소리를 무서워하는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나름대로 어른스런 목소리로 난 그 구절을 읊어주곤했다.

빵장수 야곱은 자신의 일에 아주 조금 더 수고스런 일을 보탰다. 그리고 그 아주 작은 수고는 여러 사람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바꾸었다. 우리도 야곱처럼 우리의 삶에서 해야될 일에 아주 작은 수고만 더 보태보자. 고운 말이나 작은 미소는 솔직히 그리 수고롭지도 않은 수고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웃는 우리의 마음만큼만 세상을 향해 웃어보자. 주위가 곱절은 밝아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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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1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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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밤 12시에 서점에 (택시까지 타고!!) 가던 기억이 난다. 바로 이 책을 사기 위해!!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는 말만 자그마치 2~3년은 돌았던것같다. 그리고 마침내 나온다고 했을 때 바로 나오는 그 시간에 난 서점에 가야만했다. 그리고 그 날밤을 꼬박 세우고 그 다음날 오후 12시쯤해서 끝을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다음책은 언제 나오려나...'

개인적으로 지난 4권 마지막즈음에 세드릭이 죽은 이후부터 해리포터는 더이상 어린이들을 위한 환타지가 아니게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5권은 그야말로 이 책이 더이상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닌 어른들 역시 읽고 생각할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자면 결국 악화일로를 걷게 되는 덤블도어와 퍼지(Fudge)의 관계와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권력 다툼 비스무리한것들, 해그리드가 만나게 되는 거인족들, 볼드몰트의 존재는 말할것도 없다. 게다가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사라지는(죽지않았을거다!!) '그 누군가'까지. 중요 인물이 죽거나 사라지면 그 책은 더이상 어린이만을 타겟으로 하는게 아닌거다. (어디까지나 내생각이다)

지금까지의 해리포터 이야기보다 훨씬 복잡하고 난해하고 그 위에 중요인물들의 성장까지 보태졌다. 해리, 론, 헤르미온이 커버렸다!! 청소년기는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라던가. 주인공들의 활약이 그동안과는 다르게 아주 특별하고 사춘기적이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비밀이 몇가지 밝혀진다. 그동안 내 머리카락을 여러개 잡아먹고 친구들과 침튀겨가며 토론했었던 해리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죽음을 앞둔 한 백혈병 소녀에게 매일매일 전화로 새로운 해리포터를 읽어줬다는 롤링이 존경스럽고, 이런책을 썼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앞으로 아마 또 4~5년쯤 걸려야 새 책을 낼게 분명한 그녀를 한편으로는 증오한다. 다음책은 또 언제나오려나.. 나 졸업하기전에는 나와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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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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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아니, 정정하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작가가되는 꿈을 버리지않고 마음속 한구석에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심심하면 끄적거리던 손때묻은 조그만 노트가 바로 그 증거이고 글을 배운다음부터 하루도 빼놓지않고 (아니, 어쩌면 며칠 빼먹었을지도..) 써온 일기가 바로 그 결심이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이 책을 읽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렇다. 난 이책을 읽었다. 그리고 작가가 되기를 포기했다.

이 책은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그리고 어느 누구도 기억해낼수 없는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고향과 그 그리움의 반짝이는 파편이고 그 정수이고, 작가 박완서 문학 세계의 뿌리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아스팔트위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빌딩들 사이를 학원과 학교 시간표를 따라 종종거리며 달리던 나는 감히 공감한다고 말할수없는 그런 이야기이다. 내가 말할수있는 고향과 시골은 추석이나 설날에 하얀 양옥집에서 솔솔 흘러나오던 부침개의 냄새이고 가족들끼리 한두번씩 놀던 내기 윷놀이가 전부다. 나는 자연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었던 그 따사로움 역시 모른다. 그런 내가 어찌 감히 자연의 일부인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대변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한국인이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것이 밀집되어 있다. 당연한듯이 받아들였던 자연과 갑자기 발전하기 시작한 도시, 동족들끼리 싸워야만했던 슬픈 현실과 이 모든것을 겪은 이후 작가가 느꼈던 운명, 그리고 책임감.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독자들을 만족시켜야한다는 겉껍질의 책임감보다 독자들을 생각하게 해야한다는 속마음으로의 책임감이 더 중요할것이다. 이 책에는 작가 박완서의 바로 그 속마음 책임감이 드러나있고 그 책임감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다른 모든 작가들에게 그러한 책임감을 가질것을 조용히 독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하찮은 문자 놀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독촉과 질타에 고개를 숙일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이제는 우리가 기억하지못하는 우리나라를 말하기때문에 소중하고, 슬프게도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존재했었다는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한없이 그립다. 그래서 우리는 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고 ㅤㅇㅡㄼ조릴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고전의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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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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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왔고 지금은 대학을 다닌다. 작년에 한국학 개론이라는 과목을 들었었는데 그때 읽어야했던 책이 바로 이 Native Speaker와 조정래의 불놀이 (영어 번역본)이었다. 한국사람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문체를 영어로 구사할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 먼저 다가왔고 그 다음에는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미국인이기를 바라고, 아니 바란다기보다는 그 사회에 들어갈수 있길 바라지만 절대 주류사회에 들어갈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은 지금 외국에 있는 모든 한국인 2세와 1.5세들의 고민이다. 자유와 평등을 모토로 세계 모든 나라의 이민자들을 유혹하는 미국이지만 한꺼풀만 들춰보면 달콤한 자유와 평등의 기치아래에는 당하는 본인만이 알수있는 억압과 불평등이 산재한다. 그 사이에 백인도 아닌 동양인이 들어간다는 것은,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아예 버리지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의 부모님으로 대표되는 동양인, 혹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온 그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의 일, 스파이라는 일 역시 그 정체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도 미국 사회에도 낄수 없는, 그 한가운데에 걸쳐진 가느다란 실 위에 위태위태하게 놓여있는 그의 자리는 존재하기는 하지만 인정될수없는 그런 자리인것이다. 어느쪽에도 인정되지못한 그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일은 결국 give and take, 한마디로 한쪽이 주면 딱 그만큼 되돌려주지만 받지않으면 절대 먼저 주지않는 지극히 차갑고도 슬픈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 그의 미국인 부인이 괴리감과 거부감을 느낀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동시에 지극히 슬픈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는 그녀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그의 죽은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했으며 함께 있길 바라니까. 문제는 어느곳에도 속할수없는 그의 자리인것이다.

마지막에 그가 존경하게 되지만 결국 파멸하게하는 그 시의회 후보(이름이 기억안난다..)와의 경험은 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더 심화시키지만 여기서 독자들은 그가 어쩔수없는 한국인임을 느끼게 된다. 마치 내가 그랬던것처럼. 한국인들 특유의 정서인 '한,' 가슴이 절절하도록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국에는 인정하는 우리네 특유의 감정. 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슬픔, 가족에 대한 사랑, 이런 감정들은 결국 그의 부모에게서부터 내려온 외국 사회에서으 삶에서 비롯되는 '한'과 일맥 상통하는 것이며 바로 그 사실 하나만으로 그는 '한국인'임이 확실해지는 것이다.

정말 잘쓰여진 소설이고 읽을만한 소설이고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민자가 아닌 누구라도 한번쯤은 생각해봤을만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루니까 대중성 역시 충분한 셈이다. 게다가 한국인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글을 썼다는 사실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뿌듯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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