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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도망갔다
소복이 지음 / 나무의말 / 2026년 9월
평점 :
<달려나가고 싶은 마음>
작가 소개에 "아기 옆에 누워 깜깜한 벽을 바라보다 벌떡 일어나 달려나간 적이 있다."라는 글을 읽고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 떠올렸다. 나는 한 번도 실제로 달려나간 적은 없지만, 마음으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달려나갔다 오곤 했었다.
이 책의 화자는 아이다. 아빠가 사준 가방을 메고 전속력으로 달려나간 엄마 이야기로 시작된다. 풋! 웃음 나면서 통쾌함이 드는 첫 장면. 마치 내가 전속력으로 달려나간 것처럼 감정이입된다.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엄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몰입할 만한 오프닝이다.
아이가 엄마의 존재를 찾는 모습에서, 엄마의 말과 행동을 기억해 내는 장면들에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엄마가 세상 전부인 아이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화자가 아이라서 "엄마도 숨을 쉬어야 해요"라고 시작하는 그림책 『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씨드북, 2015)도 잠깐 생각났는데 소복이 작가의『엄마가 도망갔다』가 제목부터 더 강력하다. 누군가에 의한 자기 돌봄이 아니라 스스로 '숨'을 쉬는 이야기라서 마음에 든다.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 「행방불명의 시간」은 "인간에게는 행방불명의 시간이 필요합니다."로 시작한다. 시인이 말하는 행방불명은 잠시 세상에서 사라지는 시간, 누군가의 기대와 역할에서 벗어나는 시간, 오롯이 나 자신에게 돌아가는 시간이다. 나는, 고수리 작가의 『마음 쓰는 밤』에서 이 시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보내고 이것저것 배우며 활동했던 시간이 행방불명의 시간이었음을 알아차렸다. 그 시간은 나를 돌보는 시간이었다.
『엄마가 도망갔다』속 엄마의 도망도 그런 시간이 아닐까. 엄마가 되기 전의 나,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그냥 '나'였던 나를 만나러 가는 시간, 현실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잠시 나에게 다녀오는 시간 말이다.
책 속의 엄마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을 보며 나의 힐링 시간도 그랬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에게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작지만 잦은, 도망(행방불명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엄마들이여, 이 책을 읽고 자주 도망가기를. 내가 흐려지지 않게 나를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 자기 돌봄이 필요한 엄마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럼 아빠는? 하지 말고 아빠들도 알아서 눈치껏 도망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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