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 꺼내기 상상 동시집 39
송선미 지음, 문지나 그림 / 상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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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늦게 배송될 거라는 문자를
보고 잠이 든 나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처럼
현관문 앞에 놓여있던
상자 속 동시집을 만났다.

'무지개 그림자 자루' 속에 담긴 것들이
한 알 한 알 모두 달라서
하나같이 다 내 심장을 건드리는 게
신기해서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잠시 멍해졌다.
분명히 다른 자루들에는 몇 개씩만
반짝이는 것들이 들어있었는데
이 자루는 어느 하나 반짝이지 않는 것이 없다.

이 동시집은 "모자의 시간'을 보낸 시인이 만든
책의 물성을 가진 마트료시카 같다.
넘기며 하나씩 꺼내는 마트료시카. 새로운 경험이다.
시인의 마트료시카를 다 꺼내고 나면
아무것도 그려져있지 않은 맨몸의 목각 마트료시카가
내 앞에 있는 기분이 든다.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
'이제 천천히 너의 마트료시카를 하나씩 그려볼 차례야.'

두세 개쯤 꺼냈을때 대충 그린 마트료시카를 만나서
실망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나는 러시아 어느 시골 마을의 마트료시카 장인이 정성껏 만든, 50번째 마지막 미니까지 또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마트료시카를 만들고 싶다.

지금은 마트료시카 만드는 법을 배울 시간.
'너에게서 풀리는' 향기를 가진 마트료시카
만들기를 시작할 시간.
식빵이 되어 양 빰을
동시 크리임 수읖에 흠뻑 적실 시간.
슈톨렌 같은 동시집을 자꾸 사고 읽고 쓰며
기다리는 사람, 시작되는 사람이 될 시간.
내가 가진 반짇고리를 들여다볼 시간.
조금씩 커져서 밖으로 퍼지는 웃음을 안고
동시집을 보고 또 볼 시간.

.
.
.

문지나 작가 그림책들을 모두 보아서 알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감각'을 기대하던 동시집에서 만나서 좋았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의 그림이 동시집에 있어서 그림책 마을에서 동시 마을로 온 지 얼마 안 된 내가 외롭거나 낯설지 않았다. 마트료시카 나라의 언어를 배워서 알고 있는 나에게 '마트료시카 꺼내기'라는 제목도 의미가 있다. 모두 연결되어 있는 느낌. 자꾸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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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끝 2026-03-0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 좋네요! 이렇게 반짝반짝 풍성한 느낌을 주시다니요

여름의끝 2026-03-0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 좋네요! 이렇게 반짝반짝 풍성한 느낌을 주시다니요
 
상극의 희극
이정원 지음 / 퍼스널에디터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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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사랑의 하트를 소괄호에, 금이 간 집 모양을 중괄호에, 8분 음표를 대괄호에 넣은 디자인을 보고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러블리한 핑크색 바탕에 의미를 추측해 보게 하는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강렬한 제목 『상극의 희극』.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표지다. '궁합은 상극, 인생은 희극'이라는 부제도 눈에 들어온다. 사랑으로 시작했는데 살아보니 상극이었지만 돌아보니 인생은 희극이었다는 뜻일까?
뒤표지에는 편집자의 신인 작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이 사람이 바로 내가 발굴해서 첫 책을 내준 사람이야,' 하고 엄청 자랑하고 있다. 읽고 난 독자들이 그럴만했다고 동의할 거라는 확신에 차 있다.

패기, 기세, 리듬

한수희 작가의 추천사에 잘 쓴 에세이에는 '패기와 기세, 리듬'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러하다고 하니 읽기도 전에 기대감이 생겼다. 에세이 읽기를 좋아하거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패기와 기세, 리듬'이 어떻게 글 속에 녹아있는지 보려고 더 꼼꼼히 읽게 될 것이다.
신인 작가에게 반한 사심이 드러난 기획자의 코멘트 부분 역시 작가의 필력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칭찬하는 건가 싶어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빨리 읽어보고 싶을 만큼 작가의 글이 궁금해졌다. 동시에 기획자를 반하게 할만한 필력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런 편집자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위트로 빛나는 통찰

기획자의 극찬대로 작가의 글은 흡입력이 있다. 책의 반 이상을 쉬지 않고 읽었다. 위트로 빛나는 통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책이 맞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진 남자를 사랑한 죄'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작가 고유의 글맛으로 진하면서 달기도 한 초콜릿을 먹은 느낌이 들게 한다. 대놓고 울고 웃기지는 않아서 웃음과 눈물을 살짝만 머금고 읽게 된다.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마당극에 첫 출연한 무명배우가 잔뼈 굵은 선배들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한 느낌이다.

[정반대로 생긴 사람을 만나면 비로소 나의 모양을 알게 된다.]

작가 소개에서 만난 이 문장이 마음에 들어와서 따라도 써보고 무슨 뜻일까 추측해보면서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책의 내용을 관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신은, 가장 최적화된 나의 모양을 만들 수 있도록 내 옆에 정반대로 생긴 사람을 두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풀어낸 '정반대로 생긴 사람'과의 에피소드들은 독자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10년 차 이상의 부부들에게는 많은 공감을 살 내용이다.

[평범하게 나이 들어가는 나에게 이제 중요해진 것은 후행학습, 즉 복습이었다.]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가려고, 남들만큼이라도 가려고 일단 뛰던 그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걸으며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작가의 모습을 책 속에서 보았다. 그랬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깨닫는 것들... 그 의미를 찾은 작가의 이야기다.

[마무리를 해낸 사람만이 시작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2025년이 며칠 안 남은 오늘, 나는 이 문장을 내 문장으로 가져왔다. 늘 시작은 잘 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던 나라서 끌리는 문장이었다. 올해를 닫는 마음이 이 문장과 함께라서 마무리를 잘 하는 기분이 든다.

한 해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읽어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작가의 통찰에 기대어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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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특별한 걸 볼 수 있어 보리 어린이 창작동화 8
정민지 지음, 김연제 그림 / 보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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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책을 펼친다면 '조조의 특별한 것'이 궁금한 사람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상상해 봐, 내가 누굴지.

이야기 시작부터 문제를 풀게 하고 자기가 누군지 상상해 보라니. 어떤 독자가 이런 시작을 보고 안 읽을 수 있을까? 독자의 궁금증을 최대치로 올리고 시작하는 책이다.

'나 말고 이걸 본 사람이 또 있을까?'

아빠와 단둘이 사는 아이, 조조의 일상을 보여주다가 '내 눈에만 보이는 것'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튼 것이 몰입감을 주었다. 그때부터 독자는 제3의 관찰자로 조조가 궁금해하는 것을 같이 추적하고, 조조를 관찰하는 존재의 정체도 함께 상상하게 된다.

조조 혼자만 '수상한 존재'를 알아보고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조조 곁에서 함께 하는 토스트 이모, 연우와 지서라는 든든한 조연들을 배치한 것도 좋았다. 조조 할머니나 연우 할아버지의 에피소드도 추운 겨울에 호호 불면서 마시는 코코아 같은 느낌이었다. 사는 동안 '나 혼자'라고 느껴질 때도 사실 우리는 '함께'라는 걸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보인다면, 그게 나타난 까닭이 있을 거란다, 분명히."

이 책을 읽다 보면 [뭐지?- 설마?- 혹시?- 아!- 아~~]하게 된다. 조조의 눈에만 보인다는 것이 도대체 뭐야?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다가 우리가 상상하는 그것이 맞아? 하다가 설마 그거겠어?의 마음이 되었다가... 그렇다면 혹시? 하다가 아! 하고 나중에는 아~ 하고 책을 덮게 된다.

엄마 독자라면 나라도 '어떤 존재'에게 아이를 부탁하게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 곁에 엄마가 없는 독자에게는 또 다른 울림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를 계속 지켜주는 천사가 있었다는 유타 바우어 그림책 <할아버지의 천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했던 어린 왕자의 말도 생각났다.

달은 낮에도 떠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조조의 성장을 지켜본 독자도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알아볼 수 있는 것,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떠올려보게 된다. 이 동화책이 전해준 '응원하는 마음'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조조처럼 특별한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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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주먹의 맛 - 제7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시부문 수상작 목일신아동문학상수상작 시리즈
강지인 지음, 윤담요 그림 / 보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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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면서도 음미할 거리가 있는 동시들이었다. 강지인표 동시의 맛을 본 사람들은 너무 재밌어서 돌멩이처럼 데굴데굴 굴러다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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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주먹의 맛 - 제7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시부문 수상작 목일신아동문학상수상작 시리즈
강지인 지음, 윤담요 그림 / 보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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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불주먹을 가진 돌주먹은 재밌는 서사를 가진 그림책 주인공 같다. 동시집 제목 『돌주먹의 맛』을 보며 도대체 어떤 맛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동시집을 받자마자, <돌주먹>부터 찾아 읽었다.

돌멩이를 보면 발로 차는 어린이도 어른도 많다. 아이가 1학년이었던 어느 날,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 하나를 친구랑 번갈아 차면서 집에 오는 걸 본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위험하니까 그만 차라고 했지만 사실은 두 아이가 돌멩이를 놀리는 모양새라서 마음에 걸렸었다. 나는 돌멩이가 내 앞에 있으면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보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돌멩이 입장에서는 어차피 치이는 기분이 들 테지만 말이다.

화가 나도, 신이 나도, 심심해도,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자기를 차는 걸 더는 참을 수 없었던 돌멩이의 마음을 시인이 알아주었으니 돌멩이는 위로가 되었을까? 돌주먹 맛을 본 발들이 돌멩이처럼 데굴데굴 구르는 것을 보고 통쾌했을까?

<돌멩이의 여행>을 통해 '돌멩이는 돌멩이답게'를 한 번 더 짚어주며 응원해 준 것도 좋았다.

사과와 나를 반대로 상상한 <사과>, 굴러다니던 눈알이 생각을 멈췄다는 <생각은 눈알을 굴리고>와 같은 동시들은 기발하고 재밌었다.

별들의 안부를 묻고 듣느라 소란한 <단풍나무 아래에>, 봄볕의 나를 꺼내어 오자는 <화가 날 땐>, 바람처럼 그 아이의 시무룩한 어깨를 깨우고 싶다는 <새>등의 동시들은 한동안 마음에 머물다 갔다.

다 읽고 나니, 심사평대로 실제로 존재하는 한 어린이의 일상과 마음을 엿본 느낌이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유쾌하면서도 음미할 거리가 있는 동시들이었다. 강지인표 동시의 맛을 본 사람들은 너무 재밌어서 돌멩이처럼 데굴데굴 굴러다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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