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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죄의 궤적 1~2 - 전2권
오쿠다 히데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죄의궤적 #오쿠다히데오
“나쁜 짓이라는 건 연결되어 있어요.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내 탓만이 아니에요.
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왜 살아 있는지를 몰랐어요.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왜 이 세상에 있는지 몰랐어요.”
🌌인상적인 글귀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궁지에 몰려도 별로 심한 타격은 받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죽기밖에 더하겠느냐는 심정인 것이다. -1권 p.30
“편해졌다? 무슨 뜻이지?
“내가 바보가 된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그 이유를 알게 되어 마음이 편해진 거예요.”
“그런 건가?”
“예, 그래요. 적어도 태어날 때부터 바보는 아니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뭔가 구원받았다고 할까……. 그리고 나는 어렸을 떄 충분히 지독한 일을 당했고, 그렇다면 무슨 짓을 해도 다소는 용서받지 않을까 하는…….” -2권 p.334
🌌독서 노트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가 3년에 걸쳐 이 책을 썼다는 사실 만으로도 책에 대한 그의 진심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죄의 궤적>에서 1960년대 발생해서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아동 납치사건을 모티브로 하는데, 사건 이외에도 올림픽을 앞두어 들떠 있으면서도 2차 세계대전 후 다 회복되지는 않은 일본의 혼란한 분위기가 책에서 내내 묻어납니다. 작가는 빈집 털이범 우노 간지와 오치아이 형사, 그리고 여관을 운영하는 재일한국인 미키코, 셋의 이야기를 교차 서술하는데, 이들이 하나의 접점에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엄청난 흡입력으로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독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작가는 그것을 섬세한 문체로 묘사하여 책을 읽는 도중에는 우울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중 고의가 아니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책임을 지워야 하는지, 올바르게 클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에게 왜 지금 그렇게 사느냐고 묻는게 맞는지, 살인을 통해 악의 근원에 대응하는게 정당한지, 유사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생각거리를 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기 전까지, 저는 한동안 책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아요.
※책을 제공받아 쓴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