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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는 데도 없고 인기도 없습니다만
이수용 지음 / 달 / 2020년 9월
평점 :
하늘하늘한 미농지의 시스루감을 살짝 덮어서 포장되어 있던 책과 앞표지의 작가님캐릭터가 새겨진 작은 주머니를 함께 받으니 괜히 기분도 좋아지고 책에 더 끌렸다. 서평이벤트를 자주하는데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요런 작은 선물은 더 좋다.
요즘 이렇게 담백한 에세이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꼭 인별그램을 눈으로 보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염탐하는 것보다 가끔은 이렇게 책으로 다른 사람들의 글과 생각을 읽어내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의 삶에서 공감해 보기도 하고 몰랐던 것을 깨닫기도 하고 해보지 못했던 것을 따라해보기도 하고 앞으로 꼭 해보겠다고 위시리스트에 넣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를 찾는 사람들도 줄고 공감대를 형성할 대화 주제도 없고 그래서 인기도 없고. 특정한 나이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런 시기는 불쑥 찾아오는 것 같다. 그저 내 스스로가 아웃사이더가 되기로 마음먹은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20년째다. 그러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아! 하고는 깨달았다. 오라는 곳이 없어서, 인기가 없어서 밀려난 것이구나 하고.
그래도 제목과는 다르게 작가님은 그런 삶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러한 공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내며 깨달은 것들을 책으로 담아 미끄러질 얼음이 아니라 수증기가 되어 앞으로 같은 곳을 걸어올 사람들의 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는 듯하다. 그 길을 먼저 따라걸으며 주변공기의 따뜻함을 느껴보았다.
일상생활을 살면서 느낀 것들을 생긴 것만큼이나 아주 차분하게 담은 담백한 문체가 참 맘에 든다. 누가 뭐라 해도 휩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밍숭맹숭함도 좋고 지금의 상황에서 닮고 싶기까지 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는 인생의 철학과 깨달음을 대신 경험하고 알려주는 작가님의 고마움까지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