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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엄마의 캠핑카 - 미대륙 9,000킬로미터 세 남매 성장기
조송이 지음 / 가디언 / 2020년 5월
평점 :
아이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것은 모든 부모들이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내 경우만 봐도 아이들과 하루 종일 지내지만 해야 할 일도 많고, 시간 나면 좀 쉬기도 해야 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다 보면 아이가 말을 걸어와도 대답해 주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물며 맞벌이 부부는 어떨까? 하루 종일 일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와서 아이와 질 높은 시간을 보내는 것, 힘들 것 같다.
힘들다고 안 할 수는 없다. 안 할 수 없어 아주 기발한 방법으로 해결한 책이 있어서 읽어보았다.
아이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늘 육아서를 기웃거리는 나다.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있어서 한번 훑어봤다.
'미대륙 9,000킬로미터 세 남매 성장기 우당탕탕 엄마의 캠핑카'
엄마가 캠핑카를 몰고 미대륙을? 삼 남매를 데리고? 우리 집도 삼 남매인데... 대단하다~ 싶었다.
그래서 지체 없이 읽어보았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내가 여행을 다녀온 것 같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 똑같아서 공감이 되었다.
지은이 : 조송이
육아계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 아이 셋을 낳은 용감한 엄마다. 그러나 현실은 제각기 성향이 다른 아이들이었다.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 사이에서 명줄을 태워 가며 치열하게 살아오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더 미룰 수 없어서 육아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일단 하고 후회하자는 행동파라서 아이들과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 지은이 이름을 보고 놀랐다. 아는 이름이었다. '언니가 거기서 왜 나와?'
20대 때 같은 곳에서 일했던 동료였다. 연락하고 지낼 우정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매일 얼굴 보는 사이였다.
그랬던 그 '조송이 쌤'이 책을 썼어? 그것도 삼 남매를 데리고 미대륙을 캠핑카로 여행을 했다고? 정말 놀랐다.
하지만 이내 든 생각은, '그 언니라면 가능하겠다~' 내가 옆에서 봤던 조송이 쌤은 당차고 똘똘한(?) 언니였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이 언니 정말 멋진 여자였어.
워킹맘인 저자는 첫째 아이와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느끼고 해결책으로 '그림책'을 이용한 베드타임 스토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고비를 넘기고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아이들에게 오롯이 시간을 내 보리라 다짐하고 육아휴직을 냈다. 하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게 생각과 경험을 공유해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아이들의 호연지기를 핑계 삼아 떠나는 여행이지만 본인의 인생 버킷리스트를 이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아직 부모 손을 타는 어린 나이다. 영어에 능숙한 것도, 미국에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을 돈으로 커버할 정도의 경제력은 당연히 없다. 무엇보다 아빠가 함께 갈 수 없다. 그래도 해보기로 한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할 목적지는 미국. 대자연과 물질문명이 공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 미국으로 떠나기로 한다. 잘 짜인 도로망과 인프라는 로드 트립을 실행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엄마의 캠핑카는 30일간 캐나다 재스퍼국립공원을 시작으로 미국의 옐로 스톤,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까지 총 9개 주 17곳에 머물며 9,000킬로미터를 달렸다.
그 가운데 저자는 야생 동물, 주니어 레인저 활동, 깎아지른 듯한 절벽, 폭포수, 아름다운 호수, 만년설이 덮인 산, 올드 페이스 풀 간헐천 등 많은 활동과 경험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경험, 대자연을 눈으로 직접 보며 느끼는 경험, 엄마와 온종일 함께하며 얽히고설켜 뒹구는 여행의 경험은 아이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자연을 바라보며 어떤 것을 느꼈을까? 도시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자연의 웅장함을 보며 마음이, 생각이 넓어지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여행하는 동안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참여했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을 통해 평소 다소 소극적이었던 큰아들도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여러 경험에서 자신감을 느끼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는 아기 같기만 한 자녀의 성장에 감격과 뿌듯함을 느낀다.
우리는 자녀를 통해 나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자녀를 통해 내가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루어 내려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자녀를 내 소유물로 생각하기가 쉽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알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시하고, 명령하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난다.
하지만 자녀는 내가 끝까지 끼고 있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잘 떠나보내기 위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는 떠나보내기 위해 키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라 믿는다.
자녀 양육의 목적은 떠나보냄이지만 이 험한 세상에 그냥 내던져 둘 수는 없기에 잘 떠나보내려고 이토록 죽을 둥 살 둥 최선을 다해 키운다. 이번 여행도 더 멀리 안전하게 떠나보내기 위해 튼튼한 날개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리라. 89쪽
로드트립 '여행기'에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하니 자연스럽게 '육아서'가 됐다.
아이들과 문제점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림책 읽기와 여행!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는 말이 있다고 하니 얼마나 딱 들어맞는 방법인가. 더구나 엄마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3개월을 지내면 무척 가까운 사이가 될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같은 엄마로서 도전이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엄마들이 '아빠 없이 아이들과 여행 떠나기'라든지, '캠핑카 운전하기' 등을 시도해 볼 것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
꼭 여행이 아니어도, 아이들과 이제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함께 해보는 것도 좋겠다.
책을 읽는 내내 같이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고, 유머가 넘치는 이야기에 혼자 웃음 짓기도 했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환하게 웃는 자만이 현실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 맞서 이기는 게 아니라 가볍게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니체의 말이다. 이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가보는 곳에서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유연하게 넘어서는 모습이,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좋았다.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 1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지에 대한 배경지식도 많이 알려줘 공부가 됐다. 또, 이야기 중간중간 캠핑카에 대한 설명, 로드 트립에 필요한 여러 tip도 실려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돈도 시간도 들겠지만 여행을 통해 귀한 경험을 얻는다. 함께한 경험은 언제라도 "그때 그랬지"라며 얘기 나눌 수 있는 큰 자산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주저하지 말고 우리 가족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송이님은 한 번뿐인 인생, 녹슬어 없어지기보다는 닳아 없어지자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단다. 다음 목표는 서울에서 출발해 할머니 댁이 있는 거제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 꼭 성공하여 새로운 책을 쓰게 된다면 읽어보고 싶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