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이지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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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방송 작가로 살아가는 이지아 작가의 소심옹호론이다. 

'스몰 마인드 자기 긍정학'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소심을 긍정으로 생각하라는 메세지를 미리 읽을 수 있다.

지나치게 소심하다 보니 투시가 가능하다는 작가의 말에 나는 즉각 동의하고 싶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망설였을 까 이런 것이 다 보인다. 그 드라마 그 프로그램 작품이 얼마나 많은 숨은 손길로 태어났을까를 본다는 뜻이다. 소심이는 엄청난 원거리 투시력이 있다. 그리고 상대를 지나치게 깊이 이해한다. 이게 탈이다. 

누가 뭔가를 부탁하거나 또 미안하다고 하며 약속을 지멋대로 변경해도 그게 너무 잘 이해되니 어쩌겠는가!

이런 면에서 작가와 나는 닮았다!

아웃바운드 전화를 딱 끊지 못해 상대에게 희망을 주는 모션으로 계속 들어주다가 막판에 가입하시겠습니까? 

하고 결론을 말할 때나 되어야 겨우 사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요즈음에는 좀 매몰차 보이더라도 이렇게 말한다. 

"뭔데요? 저는 그거 관심없습니다."

이러면 깨끗하다. 상대가 바로 포기한다. 

요즈음 주식을 어쩌구 하는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 

이제는 로또도 리딩을 해 주겠단다. 난 무조건 두말 없이 바로  

"관심없습니다." 해 버린다. 

소심하게 상대를 위해 들어주고 어쩌구 하다보면 서로 시간만 낭비하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배려가 배려가 아닐 때도 많기 때문이다. 길게 들어주는 건 배려가 아니다. 희망고문을 계속 주는 것이다. 연애도 마찬가지이다.  싫으면 싫다고 해야 상대가  마음을 접고 다른 대상에게 로 간다. 언제나 웃으며  내 이미지를 위해 친절하게 대해 주면 상대는 그 웃음에 홀려 언제까지나  희망을 갖고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그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는 내가 짝사랑의 고통을 앓고 난 뒤에 알게 되었다. 그 인간이 누구에게나 친절하다는 걸 알고 난 다음에야 겨우 헛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반대로 나를 좋아한다는 그 사람에게 내가 너무 부족해 보여서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노오를 했던 아쉬움도 이상한 배려심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넌 너무나 좋아하는 당신은, 나 말고 이렇게 부족한 나 말고, 다른 멋진 여자를 만나야 돼! 당신은 왕자니까!

이런 어리석은 결정을 하고 한동안 가슴앓이를 하다니 멍청이짓이다.  이건 배려가 아니잖아!  청춘시절의 나여! 어리석었던 결백증이여! 


 누구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고 괜히 너무나 빛이 나는 그를 

멀리 멀리 피해다니고 싶었다. 

내가 그 앞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아니야, 이건 내 이기심이야!" 글쎄 난 이러다 청춘이 휙휙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혼자서 소심한 사람은 없다는 작가의 말은 진짜 맞는 말이다. 소심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왜 그리 작아져서 그렇게 지질한 눈물을 흘리냐 말이다. 찾아보면 어깨를 쭈욱 펴고도 남을 일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흘러나오는 데 그걸 안해 봤잖아! 해봐! 많다니까!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소심과 나의 소심이 오버랩되어서 피식 웃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작가는 작가대로 나는 나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뭐 문제 있나?  아무 문제 없다.

다만 그저 조금 용기를 내서 당당하게 살고 싶은 것 뿐이다. 그게 그런데 잘 안 되니까 말이다. 

"누구 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게 자신을 비하할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인지 때로  일본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사람같다니 잘하면 토착애구 가 되기 쉽다. 오 이런 위험한!)


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그 물음에 나는 말한다. 


"티나지 않게 조용히 남을 배려하다 못해

자신을, 자기 마음을 다치기까지 하면 안되잖아요?  

그 인간이 얼마나 잘났든지 말든지 그 인간을 뒤에서 숨어 배려하고 

미리 참아주고 알아서 기다려주고 사정을 이해해주고 

그럴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그래 놓고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뒤에서 혼자 울 거잖아요?

에이, 그건 아니죠.

내가 없으면 관계고 뭐고 없다니까요!"

이 세상도 내가 있어야 좋고 나쁘다도 있는 거지, 나  없으면 뭔 소용이래요?

나를 좀 앞에다 두자고요!

나부터 배려 좀 하자고요!

그 사람 앞에서 참다 못해 생리적 욕구 - 소변도 참는다. 왠지 그 사람이 허락해 주어야 발걸음이 떨어질 것 같다. 


그런데 정 반대의 사람도 있다. 바로 이효리!

참, 작가가 이효리의 방귀를 부러워하다니!

한데 나도 그녀의 소탈함과 동대문 옷을 거침없이 입고 다니는 

소탈함과 개방적인 성격을 좋아했다. 

하지만 방귀를 끼고 동료들이 못 나오게 문을 잠그고 나오는 용기는 참 대단하다 못해 존경스럽다. 

실컷 놀려 먹고 상대를 곤경에 빠트려도 왠지 밉지 않은 그녀의 장난기조차

소심한 사람의 눈에는 기적처럼 보인다.

"허걱! 어쩌려고 그런!"

소심이가 그런 일은 못한다. 


"밥먹고 트림을 하더라도 좀 소리 죽여 해야지, 꺼어억! 하는 건 아니지!" 

하며 아들 아이를 혼내는 소심 작가의 행패에,

나는 '와아, 집에서도 방귀 한 번 맘대로 부웅~~ 못하고 그 집 식구들은 어디가서 방귀를 한번 시원하게 끼어보나! 걱정되네, 그러다 병날라.'

하며 작가에게 대충 살아보시오 이런 말이 나오기도 했다. 

어쨋든 브런치에 실어서 인기있는 작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책을 손에 든 지 하루만에 다 읽어 버렸다.


무척 재미가 있다. "소심이들은 원래 그래요?" 하고 묻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가족과 지인 등 주변인들에게 행하는 소심이의 뒷반항과 속앓이 이야기가 알알이 들어있다. 

꼼꼼하고 정확하고 속깊게 남을 배려하고 그러니 소심이 병은 아니다. 

오히려 장점이다. 멋진 사람이다. 이 소심이처럼 아부나 아양을 몰라도 살아갈 수는 있다. 

다만 때때로 조금 힘든 인생을 살게 될 수 있다는 게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비비고 아부하고 마음에도 없는 충성을 나타내야 하는 출세길이 열리는 세상에 

뒷짐지고 소심한 배려만 계속할 뿐일테니까. 그래서 작가의 남편도 인사를 몸으로만 꾸벅거리고 다닌 결과 어느 날 직장에서 잘렸단다! 손으로도 인사를 해야 하는 데 늘 빈손으로 꾸벅꾸벅 고개운동만 열심히 했으니 잘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

그래도 인성 하나는 소심이가 제일일걸요!

남들이 얼굴에 철판깔고 잘도 윗사람에세 재롱을 부려서 올라갈 때 

묵묵히 주위를 배려하고 가슴앓이만 하는 소심이에게도 볕들 날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냥 때로는 소심이로 살아볼 참이다. 

뭐 소심이 병은 아니니까! 그게 내 마음이 편하니까!


이 책을 읽고 '나 같은 사람도 뭐 나쁜 병은 아니구나.' 

생각하며 위로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여전히 소심이는 소심하게 하루하루 배려하며 살아간다. 

"윗 사람이 왜 저 사람만 이뻐하지?"

"내가 버려주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멀리서 새로운 연인 찾아간 

애인 쳐다보듯이, 오늘도 내 행복 말고 네 행복을 위해 

아무도 모르게 기도하고 있다. 

"잘 살아야 해!, 행복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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