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없는 진료실
센카와 다마키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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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다리는 건 하세월, 진료는 고작 3분?
"기다리다 더 병나겠어!" 하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온다. 워낙 많은 환자를 마주해야 하는 의사들이기에 그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친절하면 좋겠다, 조금만 더 다정하게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건 정말 너무 과한 욕심일까?

나도 이런 의사, 진심으로 만나고 싶다! 👩🏻‍⚕️👨🏻‍⚕️


종합병원 뒤편에 자리 잡은 낡은 단층집.
놀랍게도 그곳에는 가족의 마음까지 돌보며, 첨단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을 고치는 명의가 있다.
"일단 달콤한 디저트부터 드시죠?"
늘 반바지 차림으로 달콤한 디저트를 권하는, 우리가 아는 의사의 이미지와는 영 딴판인 의사 아오시마 린타로. 그리고 그와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는 간호사 미카가 그 주인공이다.


시력이 나빠졌는데도 운전을 고집하는 아버지, 🚘
수상한 영양제에 빠진 엄마, 💊
민간요법에 심취한 아내,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랑의 유전자 검사를 해보고 싶은 신부, 👰🏻‍♀️
회사 스트레스로 과민대장증후군을 달고 사는 남자까지….


만약 내 가족이 이렇다면 어떨까? 아무리 만류해도 도통 말을 듣지 않아 답답할 때, 우리는 마음까지 읽어주고 어루만져 주는 의사 린타로를 찾아가야 한다.


“검사를 하고, 병명을 알려주고,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권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어쩌면 환자인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나의 막연한 불안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 내 증상이 대체 어떤 것인지 찬찬히 알고 싶은 심정까지 린타로는 깊이 헤아린다. 몸의 증상보다, 그로 인해 병들어가는 마음이 더 고통스러운 법이니까.


증상만 휙 듣고 배가 부를 만큼 약만 잔뜩 처방해 주는 요즘. 환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깊이 공감해 주는 의사가 곁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길어야 고작 3분! "진료가 3분 카레도 아닌데!!" 하며 답답했던 마음들도, 이런 의사를 만나면 차마 남에게 하지 못했던 깊은 속이야기까지 스르르 꺼내놓게 될 것이다. 그렇게 훌훌 털어내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서면, 아프던 몸도 덩달아 개운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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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에서 본 거리 - 다섯손가락 이두헌 노래글
이두헌 지음 / 이은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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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다섯손가락의 ’풍선‘을 들으며 노란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예쁜 꿈을 꾸곤 했다. (비록 내가 너무 무거워 날아가지 못할 거란 건 알았지만! 🎈) 귀여운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는 참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지.

그리고 비 오는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꽃집을 기웃거리게 만들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까지. 이 노래들은 어느새 우리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BGM이 되었다.


이 명곡들을 탄생시킨 다섯손가락의 리더, 이두헌 님의 에세이를 만났다. 📖
노래 뒤에 숨겨진 비화들이 참 흥미로우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왔다. 실패한 첫사랑의 기억, 우연히 스쳐 지나간 행인들의 대화, 심지어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다소 비겁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모습까지.


우리가 ’명곡‘이라 부르는 노래들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엄청난 영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평범한 일상이 모여 빚어졌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 ”일상의 조각들을 반짝임으로 볼 것인지, 그저 조각으로 볼 것인지…“


게다가 다섯손가락 활동 당시 모든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하셨다는 사실, 알고 까암짝 놀람? (진정한 능력자…👏) 그 위대한 시작이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였다는 것도 놀라운 지점.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곳곳에 담긴 QR코드. 🎧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그 시절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음악과 함께 글을 읽다 보니,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불러오는 것 같아 기분 좋은 울렁증이 훅 밀려왔다.


추억의 명곡들과 함께 내 일상의 ’반짝임‘을 다시 발견하고 싶은 분들께 이 따뜻한 에세이를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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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너에게 갈게 마디북 청소년 문학 2
이수연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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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선아동 어린이 구역 트럭 사고’
사고난 아이는 즉사. 구하려던 사십 대 여성은 함께 트럭에 깔려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사망…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시이는 단 한 번의 사고로 엄마를 잃었다. 얼굴도 모르는 아이를 구하려 도로로 뛰어든 엄마를 시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을 향한 동정 어린 시선과 수군거림을 피해 아무도 모르는 고등학교로 도망치듯 진학했지만, 그곳에서 운명처럼 '그 여자'를 마주한다. 엄마가 목숨을 바쳐 구하려 했던 아이의 엄마, 은지다.


스물다섯의 은지는 다시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미혼모가 되어 송두리째 잃어버린 청소년기를 되찾고, 놓쳐버린 삶을 새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엄마를 잃은 아이, 시이를 만날 줄이야.


“당신 때문에 우리 엄마가 죽었어요.
그런데 나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요?”


홀로 외로움을 삼키며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한 시이에게 은지는 끊임 없이 손을 내민다. 하지만 시이는 은지를 용서할 수가 없다.
자신에게서 엄마를 빼앗아간 은지.
은지가 내미는 손은 단순히 친구가 되려는 행위일까 아니면 시이를 향한 속죄의 몸짓일까?
지독한 운명으로 엮인 둘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흡입력 있는 필력으로 단숨에 한 권의 책을 읽게 만든 이수연 작가. 고등학생 아이의 고민, 엄마의 빈 자리에서 오는 상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규, 아내를 잃은 남자의 공허함 같은 것들이 섬세하게 때론 아프게 그려졌다.


상실 이후에도 남아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걸음이 너무도 무겁다. 하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자라가는 시이가, 자신의 삶의 한 켠을 내어주는 은지가 대견했다.


삶은 결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상실도 치유도 누군가의 온기로부터 온다.
어제는 네가, 오늘은 내가 서로에게 다가갈 때
비로소 온전한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상실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 마음대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해도 웃으며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걸. 상대방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도록 작은 친절을 베푸는 일이라는 걸. 그동안 내가 받은 친절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었는지 새삼스레 다가왔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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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쉬는 숨 - 공기, 물, 햇빛이 우리를 아프게 할 때
데브라 헨드릭슨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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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공기, 물, 햇빛이 우리를 아프게 할 때


기후 위기에 관한 책은 늘 읽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두렵다. 닥쳐올 미래, 아니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현실이 더 극단으로 치닫는 상상을 하면 자다가도 번쩍 눈이 떠질 지경이다. 폭염과 폭설, 홍수와 태풍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이라니.


『아이들이 쉬는 숨』을 읽는 내내 나 역시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마치 내 폐 속까지 뜨겁게 달궈지는 기분이랄까.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의 소아과 의사가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정말 이렇다고?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라고?’ 몇 번이나 되물으며.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위에서, 미처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생존을 위협받는 아이들이 있다. 성인과 달리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의 신체와 장기가 오염된 공기, 물, 그리고 살인적인 햇빛에 노출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처참한 기록을 마주할 때마다 숨이 턱 막혀온다.


폭염 속에 방치된 아이의 체온이 어떻게 치솟는지, 산불 연기가 섞인 공기가 발달 중인 아이의 폐를 어떻게 파고드는지. 허리케인을 겪은 아이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현장의 생생한 사례는 데이터 뒤에 가려져 있던 아이들을 하나하나 불러낸다. 그들의 가뿐 숨소리, 고통과 절박함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박혀 있는 느낌이다.


지카 바이러스 같은 감염병의 확산이 아마존 파괴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대가를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안타까워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행동'뿐이다. 어쩌면 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더 늦어지면 영영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엄습한다.


어른들이 자신들을 구해줄 거라 굳게 믿고 있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 그 순수한 믿음에 우리는 이제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보았던 파랗고 높은 하늘, 마음껏 들이켜도 좋았던 그 깨끗한 공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온전히 돌려주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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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건축 기행 - 익숙한 도시의 낯선 표정을 발견하는 시간
천경환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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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기록입니다.


20대에는 강남의 화려함을 사랑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건물들, 누가 더 화려한가 내기라도 하듯 뽐내는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지곤 했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화려함보다는 단아함이, 정겨움과 소박함이 더 마음을 끕니다. 스카이라인을 가로막는 고층 빌딩보다는 나지막한 단층 건물이, 주변 풍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에 자꾸만 시선이 머뭅니다. 강남보다 강북을 선호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걷고 또 걸어도 지루하지 않은 길, 북촌

저는 궁궐 산책을 즐깁니다. 서울의 5대 궁궐 중에서도 특히 경복궁과 창덕궁을 좋아하는데, 그 두 궁 사이에 자리한 북촌을 사랑하게 된 건 운명이랄까요? 이곳의 한옥들이 비록 전통 양식 그대로는 아닌 '도시형 한옥'일지라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정겨움은 변함이 없습니다.


북촌은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늘 같은 얼굴인 듯해도 날씨와 계절, 시간에 따라 살짝씩 변하는 그 미묘한 표정들이 매번 새로운 인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인파로 북적이는 주말과 고즈넉한 평일의 공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한적함과 평온함 속에 머물 때 비로소 북촌의 진짜 매력이 온전히 드러나는 듯합니다.


건축가의 눈으로 다시 본 익숙한 공간

천경환 건축가의 글을 따라 기억과 눈으로 다시 한번 북촌을 걷습니다. 원서동, 안국동, 계동, 삼청동, 가회동…. 무심코 스쳐 지났던 건물들이 품은 이야기를 읽고 나니 마치 눈이 새로 떠지는 기분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옛 기무사 건물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그 건물이 견뎌온 시간과 역사가 겹쳐 보이며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창덕궁 옆 공간사옥을 읽으며 설계자 김수근 건축가를 떠올립니다. 인간을 살리는 건축(공간사옥)과 죽이는 건축(남영동 대공분실) 사이의 아이러니. 성혜나 작가의 '구의 집'이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우리가 마주해야 할 시대적 아픔이기도 합니다.


창덕궁과 공간사옥을 지나 북촌 초입까지
건축 여행자의 눈으로, 북촌 미술관 탐방
느긋하게, 계동길 골목 산책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인 삶의 기록

책에서 소개하는 19곳의 공간을 따라 걷다 보면, 익숙했던 풍경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세상 그 어떤 건물도 그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법은 없습니다. 그곳을 드나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간이 페이스트리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을 뿐이죠.


북촌의 건축물을 툭 건드렸을 뿐인데, 그 안에서 줄줄이 딸려 나오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간에 대한 깊은 사유가 마음을 울립니다. 우리의 삶이 펼쳐지는 무대인 공간.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누군가의 미래에 가 닿아 있겠지요. 책을 덮으며 그 신비로운 연결 고리를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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