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당신을 읽어내기 위해
조은아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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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오래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곱씹고 또 곱씹다가 머리를 탁 치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기쁨이란. 자연을, 사람을, 동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 속에 깃든 진리와 지혜를 발견하는 일은 내게 아주 큰 기쁨이다.


하지만 한 사람을 오래 바라보던 시간은 달랐다. 이해하고 싶었고, 온전히 받아들여 안아주고 싶었지만, 내 성정상 머리로 명확하고 명쾌하게 이해가 되어야 비로소 가슴으로도 안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도통 알 수 없어 마치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것만 같았다. 속에서 뜨거운 분노가 끓어올랐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니 정확히는 때려치우고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때론 삶의 끝을 생각할 만큼 버거운 무게였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건 결국 '오늘 하루'라는 시간. 그저 하루를 묵묵히 살아보기로 했다. 내게 책임이란 이름으로 곁에 머무는 이들을 위해 밥을 짓고, 생을 이어가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갔다.


천 근의 마음과 백 근의 걸음으로 유키와 산책을 나서던 길, 배롱나무에서 붉은 꽃이 피어난 것을 보았다. 배롱나무꽃이 세 번 피고 지면 여름이 끝난다고 했던가. 나에게는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그 꽃을 보는 순간 문득 생각했다. 저 꽃들도 계절의 이유를 다 이해하고 피고 지는 걸까. 그저 자신의 소임을 끌어안은 채, 오랜 기다림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은 아닐까.


이해하고 해석하려 애쓸 것 없이, 그저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네 삶일지도 모르겠다는 깨달음이 스쳤다.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아도 가슴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조차 그저 끌어안기로, 그렇게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즈음. 조은아 작가님의 산문집 <나를, 당신을 읽어내기 위해>를 만났다.


수많은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았을 방송작가의 시선은 참으로 깊고 다정했다. 오랜 시간 무언가를 가만히 바라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 책을 읽으며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 속에 깃든 시간의 흔적들이 하나같이 귀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아, 어떤 형태로든 다들 저마다의 폭풍 속에서 할 일을 하며 버티며 사는구나.’ 그 시간이 흐른 뒤 더 반짝일지 초라해질지 몰라도 그럼에도 묵묵히 해내는구나. 책장을 넘기며 깊은 위안을 얻었다.


힘들고 지치고 버거운 시간이었지만, 나를 그리고 상대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래서 비로소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억지로 해석하지 않고 그저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는 조금 생겨났다. 지금은 그걸로 족하다.


화도 나의 일부 입니다

주어진 상황이 차갑다고, 겨울을 가리킨다고
마음마저 냉랭해지지 않기를.

오해가 찾아와도
이해를 멀리 두지 말기를.

사랑 앞에선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여도
화 앞에선 감정보다 이성을 곁에 두기를.
나쁘다고 밀어내기 전에
먼저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가을이 묻은 어른이 되기를.

무엇보다 삶에서, 관계에서, 일에서
감정을 잃고, 길을 잃는다 해도 자신을 잃지 않기를.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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