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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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름도 성도 모른 채, 그저 ‘테오’라고 불러달라는 한 노신사가 있습니다. 한적한 소도시 골든에 나타난 자칭 ‘86세의 미남 노신사’.

우연히 들른 동네 카페 ‘챌리스’ 벽에 걸린 92점의 초상화를 보고 테오는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래도록 살펴본 뒤 결심하죠. 이 초상화들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겠다고 말입니다. 대체 왜, 무슨 이유로 그런 수고로움을 자처한 걸까요? 그렇게 테오의 특별한 ‘초상화 돌려주기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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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상화들은요, 적어도 저한테는 다른 곳에 속해야 한다고 느껴졌어요. 카페 벽이 오래도록 걸려 있을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하나씩 전부 사서, 각자의 원래 집으로 보내주려고 합니다.” (p.57)
“이 얼굴에는 힘이 있습니다. 용기도 있고요. 따뜻함도.. 그래요, 있습니다. 그리고 슬픔이 있어요. 좋은 종류의 슬픔이지요. 얼굴 안에 그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p.62)

처음 만난 노신사가 나를 얼마나 안다고, 내 초상화만 보고 이런 깊은 속내를 알아채는 걸까요. 하지만 그의 초대에 응한 이들은 하나같이 마음 깊은 곳의 슬픔과 외로움, 차마 꺼내지 못했던 삶의 무게를 테오 앞에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마치 얼어붙은 겨울날, 그들이 앉은 자리에만 다정한 햇살이 쏟아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테오는 초상화의 주인을 찾아주며 엄마를 잃은 아이, 노숙자, 첼리스트 등 다양한 이웃을 만나 친구가 됩니다. 그림을 그린 화가 애셔, 동네 책방 주인 토니와도 깊은 우정을 나누죠.
특히 베트남 참전 용사였던 토니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평생을 짓눌렀을 죄책감의 크기가 전해져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골프공 하나가 이토록 슬픈 매개체가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모두가 각자의 생각에 갇혀, 손안의 작은 화면만 바라보는 삭막한 요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테오의 선의와 친절이 더더욱 가슴을 울립니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에게 가만히 곁을 내어주는 일. 그들이 품고 있는 숨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품어주며, 그렇게 슬며시 한 걸음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는 일 말입니다. 테오는 골든이라는 도시에 머문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선한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테오가 골든에 오게 된 진짜 이유가 밝혀지는데, 가슴 뭉클한 반전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지금 테오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건네게 될까?’
지나온 힘겨웠던 시간을 말할까, 아니면 가장 눈부셨던 행복의 순간을 말할까. 하지만 내 얼굴에 담긴 결을 고스란히 읽어내 주는 그 앞이라면, 어떤 이야기도 숨김없이 꺼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얼굴에는 살아온 세월이 지문처럼 남는다고 하지요.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떤 계절을 거쳐왔는지 말입니다. 내 안의 미처 몰랐던 모습을 알아봐 주고, 잃어버린 진짜 나를 찾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로또보다 더 기적 같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테오가 골든의 이웃들에게 선물한 것이 바로 그 기적이었을 테지요.

‘바로 그 하얀 책’이라 불리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소설 《테오》.
작가 앨런 레비는 나이 70대에 접어들었을 무렵 이 첫 장편소설을 펴냈다고 합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변호사, 판사, 그리고 작가라는 놀라운 이력을 가진 그가 빚어낸 따스한 빛의 조각들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이 참 평온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두근거려 여운을 가라앉히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마음에 온기가 필요한 날, 여러분도 꼭 테오 할아버지를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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