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청춘 고전
정지우 지음 / 해결책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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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을 좋아한다.
정년퇴직한 철도 공무원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정돈하는 습관이 있던 사람이니, 생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지난 시간, 정확히 말하자면 내면을 차분히 매듭짓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다. 소목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말린 톱밥을 갖고 놀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는가 싶더니, 이야기는 이내 다른 흐름을 탄다.

자신을 정의하는 여러 정체성과 마주하는 경험이다. 영웅적인 나, 낭만적인 나, 우울한 나 등 수많은 겹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스스로를 규정해 온 "평범한 자아"가 유일한 '나'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에 이른다. 우리 안에는 참으로 여러 갈래의 자아가 살고 있지 않은가.

나의 삶을 돌아봐도 그렇다.
어찌 한 가지 모습만 있겠는가!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핵심 감정들이, 맞닥뜨린 상황이나 맺고 있는 관계에 따라 저마다 다른 빛깔로 발현되는 것일 테다. 수십 년 전 나를 알던 지인들이 지금의 나를 보며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는데, 어쩌면 예전과 지금의 내가 변했다기보다는 그저 '현재의 나'를 채우고 있는 모습이 내 안의 여러 자아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진정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었다.

이러한 사유의 연장선에서 무척 반가운 책을 만났다.
2017년 출간되었던 정지우 작가의 『고전에 기대는 시간』이 10년 만에 개정 증보판으로 새 옷을 입고 나온, 『나를 살린 청춘 고전』(해결책)이다. 특별 외전으로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까지 더해져 그 깊이가 한층 짙어졌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 균형 잡힌 글쓰기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정지우 작가. 냉철하지만 따뜻하고,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그의 문체를 무척 좋아한다. 이 책에는 청춘 시절의 방황, 흔들리는 삶의 감각,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그가 겪었던 내면의 혼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위태로운 시절, 그를 단단하게 붙잡아 준 열세 편의 위대한 고전들을 소개한다.

고전이 왜 고전이겠는가!!!
오랜 시간 숱한 이들에게 검증된 글이며,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와 고뇌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 선명한 빛을 발한다. 그러니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그 안에서 나의 방황과 절망, 기쁨과 슬픔을 나란히 겹쳐보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을 단순한 고전 해설서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고전이라는 거울을 통해 작가 스스로 길어 올린 내밀한 성찰과 '나를 발견해 가는 독서록'에 가깝다.

『월든』, 『데미안』, 『섬』, 『결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위대한 개츠비』,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마담 보바리』, 『예언자』,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지하로부터의 수기』, 『삼십세』, 그리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까지.


정지우 작가의 사유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행간에 숨어 있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문장과 깨달음을 줍게 된다. 동시에 '아, 나도 이 대목에서 이런 감정을 느꼈지' 하는 깊은 공감도 맞닥뜨릴 수 있다.
누구나 삶이 흔들리고 아프며, 괴롭고 절망적인 순간들을 맞이한다. 나의 동의도 없이 당나라 군대처럼 불쑥 쳐들어오는 삶의 불안과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버팀목 삼아 이 시절을 헤쳐 나갈 것인가. 빠른 정보 소비와 효율만 좇는 얕은 시대 속에서, 단단한 언어와 사유로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해주는 문학의 힘을 다시금 느껴보길 권한다. 이 책이 흔들리는 내면을 가라앉혀 줄 믿음직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비슷한 결의 에세이나 서평집은 많다.
어떤 책은 벅찬 감동을 주기도 하고 어떤 책은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이번 책은 역시나 "명불허전 정지우!"를 외칠 만큼 만족스러웠다.
고전의 묵직함을 사랑하는 분,
정지우 작가의 사유를 좋아하는 분,
그리고 문학이 건네는 위안과 응원을 믿는 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책이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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