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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책을 읽기 전으로 결코 돌아가지 못하리!!
새의 언어라고? 짹짹, 깍깍, 지지베베. 우리는 흔히 이 소리들을 두고 '새가 노래한다', '새가 지저귄다'라고 표현한다. 언어라기보다는 단순한 소리에 가깝다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언어란 고대부터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 굳게 믿어왔는데… 이 책을 읽고 내 세상이 완전히 흔들려버렸다! 🤯
저자인 스즈키 도시타카는 무려 15년 이상의 시간을 박새 언어 연구에 바친 생물학자다. 그는 거창한 장비 대신 카메라와 녹음기만으로 박새가 '언어'를 구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나는 박새의 다양한 울음소리 중에는 '언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중략) 만약 박새의 울음소리 가운데 언어가 하나라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는 언어가 없다'라는, 기원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오해를 풀 수 있다. 하지만 박새의 음성 레퍼토리는 무려 200개 이상의 패턴이 있다." (p.217)
박새들은 뱀을 의미하는 ‘츠르르르르르‘ 소리가 들리면 주변에서 뱀을 찾고, 매를 뜻하는 ’삐삐삐’ 소리가 들리면 수풀로 도망가거나 하늘을 살핀다. 심지어 날갯짓으로 ‘네가 먼저 해’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삐—쯔삐, 삐—쯔삐, 치치치치!‘(경계해, 모여!)라며 서로 다른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구사하기까지 한다.
예전에 꿀벌들이 소리와 제스처로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무척 놀랐는데, 박새가 문장력까지 갖추고 있다니! 더 놀라운 건 '경계해, 모여!'라는 소리의 순서를 뒤집어 들려주면 새들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법적 오류가 있는 문장은 알아듣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숲에 인공 새집을 달고 박새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해 온 저자. '동물에게도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까지 그의 외로운 발걸음이 박새의 날갯짓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확신으로 끈질기게 연구한 끝에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우리 같은 독자들에게도 이토록 큰 깨달음을 전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
이 책을 덮고 나면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건 영역을 표시하는 소리일까? 밥이 있으니 오라는 걸까? 아니면 위험하니 당장 날아가라는 경고일까?' 어미 새의 신호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어린 새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언어는 필시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타고나는 것일 테다.
책 속에는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저자가 직접 수집한 박새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독자의 호기심을 완벽하게 채워주는 센스! 🎧 (단, 야외에서 재생하면 주변 새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니 되도록 집에서 들으시길 권한다.)
과학책은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분들,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유쾌하면서도 때론 짠내 나는 저자의 고군분투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활짝 웃으며 그를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푹 빠져서 읽은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