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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협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p.64
1930년대 중엽 미국이 경제 대공황을 겪던 시절, 그 타격을 가장 크게 직접적으로 받은 앨라배마주를 배경으로 펼쳐 지는 이야기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일자리도 사라지던 시절이다. 이 시절은 어쩔 수 없이 흑인과 백인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속에서 노예였던 흑인에 대한 분노와 차별은 더 극에 달했을 터. 나보다 못하게 여긴 이들에게 분노를 쏟아붓는 방식으로 그들은 “백인다움"을 드러내느라 여념이 없다.
히틀러를 끔직하게 여기지만 자국의 흑인에 대해서는 차별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 어른, 하나님의 은혜 운운하며 흑인으로 태어나지 않음을 감사히 여기는 이중성까지..
그들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흑인과 백인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하던 시절, 특히나 노예로 부리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들과 동등한 상황이 만들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나 살기도 버거운 시절이라면 분노는 원래 약한 이들에게 더 강하게 쏟아붓지 않던가!!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한부모가정) 사고로 팔이 한 쪽 짧아진 오빠인(장애인) 젬과 변호사인 아빠 애티커스와 함께 살아가는 아홉 살 난 소녀 스카웃.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세상은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이다. "백인" 여성을 도와주려 했을 뿐인데 강간했다는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는 "흑인" 톰 로빈슨,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메이콤 마을에서 유일하게 문을 닫고 사는 백인 은둔자 부 래들리.
책 초반에 젬과 스카웃에게 보여주는 부의 디테일한 애정이랄까? 그런 것들이 보이는 부분이 새삼 찡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이웃집에 불이 나서 부의 집 근처에서 대피해있는 스카웃에게 춥지 말라며 부가 덮어준 담요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p.173~174
난 어떤 앵무새를 죽이고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나는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성찰하고 또 성찰하는 것,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나와 타인을 함께 지키는 일이 아닐까?
혹 내가 앵무새는 아닐까?
❝ 무엇보다도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어.❞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 네?❞
❝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p.64~65
❝아빠, 우리가 이길까요? ❞
❝아니. ❞
❝그렇다면 왜 ─ ❞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p.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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