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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평점 :
나라현 산촌, 70년된 고택에 자리잡은 인문계 사설 도서관 ❝루차 리브로❞. 남편과 함께 7년간 한 달에 열흘을 운영하는, 느리지만 따스함이 가득한 도서관과 그 도서관의 사서인 아오키 미아코.
그녀는 사회 생활에서 오는 업무 및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동일본대지진의 충격 등으로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 몸과 마음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집마냥 한 순간에 무너져내리게 된다. 그런 그녀를 회복시킨 것은 책 그리고 자연이었을 것이다.
루차 리브로는 그런 과정 가운데 탄생한 도서관이다. ‘서비스’라기 보다는 ‘나눔’이라는 개념으로 공간을 개방한다는 저자.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은 모두 아오키와 남편의 장서이다. 그들은 일상 속 생각을 ‘오므라이스 라디오’라는 인터넷 라디오로 방송하거나 글로 쓰고 책을 대출해주면서 자신들의 것들을 기꺼이 나눈다. 기꺼이 나누는 마음은 더 많은 것들로 돌아온다고 고백한다.
❝시를 지어 보내주고, 수확한 야채를 가져다주고, 루차 리브로의 간판을 만들어주고, 시간을 함께 보내주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청소를 도와주고… ❞p.66
책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아픔도 공유하는 도서관. ‘당신의 아픔에 공감합니다. 저도 그런 아픔이 있습니다’라며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도서관. 누구나 기댈 곳이 필요하고 마음 나눌 사람이 필요할 텐데 ❝루차 리브로❞와 사서인 아오키가 그 역할을 해 주는 듯하다. 책을 보러 오는 이들이 아오키에게도 그러한 존재일 테고.
치유가 일어나는, 기적의 도서관이 아닐까?
❝책은 ‘창문’ 같다고 늘 생각합니다. 창문이 존재하면 지금의 방과는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다채로운 풍경과 바람 그리고 빛을 데려와주는 근사한 창문입니다.❞
❝함께 창가에 서서, 다시 말해 함께 책을 읽는 행위는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되어 생각하고 사회를 구축해나가는 것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초록색 표지 때문일까, 나무에 둘러싸인 루차 리브로의 모습 때문일까,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려오고 피톤치드의 향이 맡아지는 듯도 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고.
내 개인 공간을 오픈하는 것도, 내 서가를 공유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가 읽는 책은 내가 살아온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내 서가를 보여주는 것은 발가벗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부끄럽다. 그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집과 서가를 공개한 아오키. 그 용기가 지금의 ❝루차 리브로❞를 만들었을 테다. 서로를 향한 환대와 연대가 있는, 선순환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나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