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ㅣ 이어령의 말 1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평점 :
이어령 박사 타계 3주기. 그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이 벌써 3년이나 되었구나. 어떤 치료도 받지 않고 자신의 마지막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꼿꼿하게 흐트러짐 없이 생을 다한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김지수 작가를 불러 글을 써달라고 하셨다지.
❝너무 아름다웠어요. 고마웠어요.❞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에 이어령 박사가 살아계셨다면 어떤 말씀을 들려주셨을까. 등불처럼, 등대처럼 어둠을 밝혀주셨던, 아니 어둠 속에 있는 빛을 찾아내셨던 그분의 한 말씀이 이토록 절실한 적이 있었나 싶다.
❝이어령의 말❞
이 책은 이어령 박사 생전 마지막으로 유언이자 선물처럼 남긴 책이라고 한다. 작고하기 7년 전부터 기획하고, 돌아가신 후에도 3년 동안 이어령 박사가 남긴 수백 권의 책에서 뽑은 에센스 중의 에센스!!! 남아있는 이들이 그의 유지를 받들어 3년 간 어록 찾기에 공을 들인 것을 생각하니 단순하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글은 아닌듯 싶다.
잘 벼려진 칼처럼 핵심을 찌르던 그의 은유와 비유. 언어를 갖고 신들린듯 노는 놀이꾼. 퓨전이 무엇인지, 통합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진정한 능력자. 그런 이유로 그의 말 한 마디, 문장 한 줄에 천지가 놀라고 내가 딛고 서 있던 땅이 흔들렸겠지.
이런 통합, 이런 사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하고.
❝공감, 그것은 피아노와 손의 관계처럼 마음이 마음을 건드리는 하나의 음악이다.❞ p.20
그러니 공감하는 이들 사이에는 웃음도 눈물도 나는 것일 테지. 그 속에서 터져나오는 음악이 서로를 감동시킬 테니. 공감은 결국 마음을 건드리는 일.
우리의 손과 피아노는 어디를 향해 있는 것일까.
❝눈동자
언어는 하나하나가 모두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시인이 하나의 말을 선택한다는 것은 하나의 시선을
선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 숨겨져 있는 것까지도 들추어내는 눈이다.❞ p.154
이어령 박사의 글이 그랬다. 숨겨져 있는 것,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보고 들추어내는 사람. 그에게는 시인의 눈동자가 있었던 것.
마음, 인간, 문명, 사물, 언어, 예술, 종교, 우리, 창조. 어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장르를 넘나들며 어떤 이야기도 가능했던 최고의 지성인. 그의 글을 읽으며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잃어버린 것, 잊어버린 것, 놓아버린 것들이 있나 하고……
말로 남은 그의 깊은 사유가 내 삶 속으로 스며들어 온다. 시대를 관통한 그의 말. 그는 떠났으나 그의 말은 영원히 남아 우리의 삶을 흔들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남기는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