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75
이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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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상기시켜 주기로 하자. 우리가 처음에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일 년 전 일어났던 사고로 인해 연서의 삶은 달라졌다. 학교도 친구도 아빠도.

“참사 전으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힘을 다하고 노력을 하면 잊을 수 있어. 떨쳐 내고 미래로, 앞으로 나아가야지.” 하는 말들. 이 말을 하면 힘을 낼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일까. 하지만 연서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 사고 전과 후, 연서의 삶은 그렇게 갈라졌다.


도저히 잠을 들 수 없던 날 밤 산책로를 걷던 연서는 “왝왝”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하수구로 향한다.
거기서 딱 마주친 두 눈!! 👀
이건 사람 눈인데? 거기서 왜 사람이 나와!!!
반인반파(반은 인간, 반은 파충류)일까?
지상 사람인 연서와 지하에 사는 ‘그냥 사람’인 왝왝이는 그렇게 만나 일상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생존자다움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왝왝이와의 만남은 연서의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고 후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추모단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추모단을 바라보는 곱지 않는 시선도 있다. 덮으려는 이들과 기억하려는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 추모단을 시작했던 연서는 스스로 그곳을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기와 함께 추모단에 있었던 아이, 비가 내리면 전화를 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애가 없다. 그 애가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도 눈치를 못 챈 거 같다. 왜지? 그 아인 어디로 간 거지? 누가 그 아이를 기억해줄까?


제 15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인 🏆
#왝왝이가그곳에있었다 #이로아 #문학동네


책을 읽는 동안 어떤 장면들이 눈앞에 계속 떠올랐다. 침수, 숨막힘, 사망, 생존자, 애도, 상실…….
우리에게 참사는 어떤 의미인가? 내 일이 아니라고 금방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이름을 얼굴을 그리고 그 참사 자체를. 참사의 생존자인 청소년을 앞세워 잊힌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이름을 상기시켜준다.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너희들은 공부나 해!”라고 어른들은 말한다. 공부에 방해가 될까 쉬쉬하기 바쁘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일상이 지속되길 바랄 때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잊힌 자들의 목소리와 이름을 불러내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의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연대와 진정한 추모의 모습을 본다. 생존자다움을 강요하기보다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잊지 못하는 이들이 사라진 이들을 계속 불러내야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돌아본다는 걸 연서는 깨닫는다.
그러니 불러줘야 한다. 잊지 않고 있다고. 잊지 않겠다고. 그건 살아남은 이들의 몫이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자들의 책임일 것이다. 그때 비로소 참사가 참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남기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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