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괜찮아 - 어느 실직 가장의 마라톤 도전기
김완식 지음 / 훈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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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달리는가?
2020년부터 달리기에 미쳐서 올 초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새벽 댓바람부터 달리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달리고, 늦은 밤에도 달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혓바닥은 강아지마냥 자꾸 입 밖으로 나오고, 다리는 무겁고, 땀은 비오듯 쏟아지는데도 달리기를 멈추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누구의 딸, 아내, 엄마, 며느리, 친구가 아닌 그냥 나로. 오롯이 나와 대면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나를, 겁이 나서 도전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는 나를 앞으로 세우고 싶었다.
“해 보란 말이야! 뭐가 무서워서 못해! 해 보라고 쫌!” 악을 쓰는 마음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달리면서 알았다. 할 수 있다는 걸.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어떤 핑계도 갖다 불일 수 없었다.
하지 않았기에 못했을 뿐. 처음부터 못하는 건 없다는 걸. 그리고 그것은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걸.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1등이건 꼴등이건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하느냐 하지 않느냐, 그것이 중요했다.


책 제목이 ”아빠는 괜찮아“이다.
부제는 ‘어느 실직 가장의 마라톤 도전기’
눈물이 핑 돈다. 이분의 삶도 만만치 않구나. 란 생각이 들았다. 실직 가장, 아빠는 괜찮아. 만감이 교차한다.


책을 읽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남들보다 뒤늦은 대학입학, 입대, 결혼, 출산… 그리고 찾아온 실직, 이사, 아이들과의 갈등 그 속에서 고민하는 한 남자.
나도 어쩌지 못하지만, 아빠기에 남편이기에 마라톤 하듯 아파도 힘들어도, 주저앉고 싶어도 달릴 수 밖에 없는, 달려야만 하는 마음이 그대로 책에 쓰여있다. 자신을 미화히지 않는다. 잘 못하는 모습을 포기하고 싶은 모습을 그럼에도 그럼에도 해 나가는 모습을 성실하게 기록하셨다. 그 누가 반응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고 있다 여기면서.


아이들이 혹시 이 책을 읽고 아빠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하신다고 하셨다. 미안한 건 오히려 아빠라고… 아빠는 괜찮다고….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다. 가장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이라는 것을. 자식은 내 맘에 들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란 것을 수십 번, 수백 번 가슴에 새기고 입으로 중얼거리고 생각을 해도 마음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내가 뭘 잘 못 가르쳤나, 내가 뭘 잘 못해줘서 그러한가’하며 수도없이 내 탓을 해 본다. 그렇다한들 달라지는 것이 없음에도….


마라톤과 같은 인생. 처음 달려보는 코스에서는 늘 긴장하기 마련이다. 평지만 있었으면 싶은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에선 그냥 포기하고 주저 앉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등 떠밀듯 바람도 불어와주고 내리막길로 나타나주어 또 수월하게 갈 때도 있다. 지금이 험난한 오르막일까. 그렇다면 답은.. 그저 오르는 것 뿐이다. 오르다보면 결국 내리막길이 보이니까.


잘 하든 못 하든 준비해서 달리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다시 도전하고. 아빠로 남편으로 또 한 사람의 나로 존재하며 살아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 그럼에도 나는 괜찮다고 하는 모습에 결국 눈물이 터진다.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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