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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애덤스의 비밀스러운 삶
부스 타킹턴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9월
평점 :
풍요와 광란의 시대, 등골 브레이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
그냥도 아니고 ‘제대로’ 예쁜 아이인 앨리스는 거울을 보며 여러가지 표정을 짓는 걸 좋아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에 빠지는 것일까? 어떤 표정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지 알았던 앨리스. 너무 일찍 인기를 누린 탓에 스물두 살이란 어린 나이에 약간 뒷방 늙은이 신세가 돼 버린 앨리스. 하지만 그녀가 또래 사이에서 은따를 가장한 왕따가 된 것은 그녀가 상류층인 아닌 이유가 가장 컸다.
제대로 놀아보자고 만든 댄스 파티에도 초대되지 않는 앨리스. 입고 갈 옷도 변변치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옷을 고치고 허리가 뿌라지게 제비꽃을 꺾어서 자신을 치장한다. 파트너로 가 줄 사람이 없어 개망나니 같은 남동생에게 부탁을 해야하는 처지. 🥲
그런 앨리스를 너무나도 짠하게 바라보는 엄마.
일하다 뇌졸증이 찾아와 쓰러진 탓에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끊임없이 “당신 때문에, 당신이 돈을 못 벌어서 우리 애들이 고생을 하잖아! 어서 돈을 벌어오라고!!”라며 아파 누워있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퍼붓고 바가지를 긁어댄다. 부모의 무능력으로 앨리스와 아들 월터가 풍요를 누리지 못함이 너무 짠할 뿐이다. 불쌍한 내 자식들~
그러던 어느 날, 앨리스는 자신만 절친으로 여기는 친구의 댄스 파티에 갔다가 새로 이사 온 부호 아서 러셀을 만난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앨리스에게 관심을 보이는 러셀. 그 눈빛과 자신을 원하는 러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앨리스는 하지도 않아도 되는 거짓말을 하나씩 하기 시작한다. 재산은 티끌 모아 태산이 잘 안 되고 거짓말은 금방 태산이 되는 법!
건강을 회복한 애덤스는 부인의 닦달을 못 이기고, 해선 안 되는 사업에 손을 대고, 상류층의 진입이 목전에 있다 여긴 애덤스 부인은 딸과 사귀는 느낌을 풍기는 러셀을 초대하고 만다. 그날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날이었다. 낡은 집, 낡은 가구,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스프와 음식들, 그 속에서 갈 길을 잃은 눈동자와 분위기를 어떻게든 돌아오게 만들려는 앨리스의 노력… 아….. 더위가 아니라 분위기로 인해 숨이 턱턱 막혀온다. 짠하고 웃프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그 여름 밤 이후, 애덤스 가족은 어떤 길을 걸을까, 앨리스와 러셀의 관계는??
풍요와 광란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20세기 초 미국. 이런 호황 다시 없을 겁니다, 즐겨라, 부어라, 마셔라, 누려라~가 시대정신이나 된 것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누렸던 시대였다. 누구나 열심히만 살면 아메리칸 드림이 현실이 되었던 시대. 그 속에서 “라떼는 말이야~” 하며 상사에게 최선을 다 하고, 과거에만 얽매여 사는 애덤스. 그런 애덤스가 너무도 못마땅한 와이프. 이 소설의 빌런은 애덤스 부인인가 싶다가도, 자식 잘 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 알기에 악인이라고만 표현할 수가 없었다. 화려한 삶을 원하는 이들, 화려한 삶 뒤에 가려진 상류사회 진출로의 갈망과 절박함. 상대적 박탈감을 어쩜 이렇게 잘 그려냈는지..
이 책으로 두 번째 퓰리처상을 수상한 부스 타킹턴. 1933년에는 미국 문예 아카데미 골드 메달을, 1945년에는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에 수여하는 윌리엄 딘 하웰스 메달을 받았다고 한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가 중 한 명이었던 부스 타킹턴의 소설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21세기에 읽는다. 읽는 내내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 박완서의 ”휘청거리는 오후“가 생각이 났다.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변해가는 사회상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실망시키지 않는 코호북스! 이번에도 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