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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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새의 선물을 시작으로 출판사마다 나왔던 수상작을 매 년 사서 읽었다. 신인작가의 탄생에 박수를 치기도 했고, 시의적절한 소재와 주제에 무릎을 치며 작가의 사유와 유려한 글솜씨에 놀라 자빠진 적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뭐랄까… 주제나 소재가 비슷해졌달까? 소설도 유행하는 소재나 주제가 있는 것일까? 생각하며 서서히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접한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2023”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하는, 가산 이효석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이효석 문학상.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기성 문예지 및 웹진에 발표된 소설 작품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한 결과
#강보라 #뱀과양배추가있는풍경
#김병운 #세월은우리에게어울려
#김인숙 #자작나무숲
#신주희 #작은방주들
#지혜 #북명너머에서 가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안보윤 #애도의방식 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만장일치? 대체 어떤 작품이지?


공사가 중단된 폐건물에서 중학생 아이가 떨어져서 죽었다. 죽은 아이는 학폭 가해자 승규, 함께 있던 아이는 학폭 피해자 동주. ’사고‘였던 승규의 죽음이 둘의 관계가 밝혀지자 ’사건‘으로 변한다.
’그만큼 당했으니 동주 걔도 한 번쯤은. 암만 억울해도 인간이 어떻게 그러냐.‘(p.24) 사이에서 동주는 입을 다문다. 진실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동주를 찾아오는 승규 엄마, 어떤 말도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동주 엄마와 변호사.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드는 소란 속에 침묵하는 사람은 동주뿐이었다.


동주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폭력을 그간 받아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동주의 엄마조차 사내녀석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일일뿐이라 치부한다.


➿ 뺨을 맞는 일. 그게 특별히 부끄럽진 않았다. 뺨이 아니라도 나는 어디든 늘 맞았으니까. 내가 죽도록 부끄러웠던 건 나의 관성이었다. 앞? 뒤? 이죽거리며 승규가 물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나의 대답이었다. 정답이든 오답이든 상관없이, 오로지 뺨을 맞기 위해 발설되는 나의 대답이 죽을 만치 부끄러웠다. 내가 답을 하는 순간 게임이 성립됐다. 승규와 나의 수직적 위계가 거기 있었다. p.21


관성에 짓눌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면서도 반사적으로 대답한 자신을 혐오한 동주가 선택한, 게임의 법칙 깨기. 딱 한 번이었다. 관성을 어긴 것은. 그런데 그게 이토록이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이야.
주인공인 심리묘사와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자선작으로 실린 ”너머의 세계“도 학교가 배경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의 갈등을 그린 이 소설은 공교육 멈춤의 날은 선포한 사건과 맥을 같이 하는 이야기라 읽는 내내 마음이 철컹했던 작품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접근한 작품들이 하나 같이 다 좋았다. 전년도 대상 수상자인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은 기발한 소재 덕분에 재밌고 야릇하게? 읽은 작품이다. 내년 수상작도 대상을 수상한 안보윤 작가님의 다른 글들도 궁금해졌다. 이번 수상작 나는 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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