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엄마가 있었어
윤정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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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 1만 명을 조달하라.“ 조선총독부에 지시가 내려온다. 전쟁에 참여한 70만 병사들의 욕구를 위로해 줄 여자가 필요하단 것이다. 일본 여자들만으로는 수효가 부족해지자 조선의 여자들을 동원하기에 이른다. 지나가는 여자를 납치하기도 하고, 군수공장 등으로 취직시켜 준다고 거짓말도 하고… 영문도 모른 채 돈을 벌 수 있다기에 지원하고, 가야한다기에 가고, 끌려가고, 팔려가기도 했다.


‘천황의 하사품’. 군인들의 성노예. ‘1943년~ 1945년까지 강제와 지원으로 동원된 여성은 12세에서 40세까지 약 20만 명이었다.‘(p,334)고 한다. 이중 6~7만 명이 말도 통하지 않는 남태평양 곳곳의 섬이나 군도에 배치된다. 전세는 이미 기울었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더 발광을 한다. 너희의 전쟁에, 너희의 야욕에 왜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학도병,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나가 젊음을 바쳐야 했는가.


오직 쓰는 일에만 몰두하는 소설가 ‘배문하’.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사생아인 그에게 어느 날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부자간의 정도 없이 살아온 시간, 원망과 분노, 미움이 아버지를 향한 감정이었지만, 어머니를 봐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참석하게 된다. 그곳에서 배문하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일기장을 받게 된다. 그 일기장에는 아버지가 학도병으로 참가했던 전쟁의 참상이 기록돼 있다.


‘그가 진정 나의 아버지란 말인가?’


집에 돌아온 그는 어머니가 아들이 아닌 작가의 입장으로 읽어달라며 내민 다섯 권의 공책을 받는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 말기 학도병과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강제 동원되어 보고 듣고 겪은 전쟁의 참상에 대해 들려준다.


‘나의 어머니가 그곳에 있었단 말인가!’


다섯 권의 공책에 실린 글을 읽는다. 이름, 고향, 어떻게 오게 됐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성노예였던 여인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하루에 군인 30~40명씩 받아야했던 이야기, 자궁이 빠지고, 썪고, 더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맞아 죽은 여인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온 몸과 마음에 아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분들의 이야기는 읽어내려가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외면해서도 안 되는 일이고…


“미래의 그날, 너의 나라가 온다면 그 나라가 어떤 사회이길 바라나? 부당한 폭력과 억압이 없는 사회, 나쁜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 p.84


한 남자의 고민에서부터 시작한 글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현대사까지 이어진다. 그 폭풍과 같은 시간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 시간들을 버티게 했는지 작가는 사라져서도 안 되고 사라지지 않을 그날의 증언들을 되살려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소설의 첫문장인 “눈을 떴다.”
지금 우리의 눈은 어떤 상태인가? 눈 감지 마라.
절대 감아서는 안 된다! 이 책을 통해 감은 눈이 있다면 뜨이길 바란다. 우린 지금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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