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한 불행 -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평온
김설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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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제발 이혼하면 안 돼? 어차피 엄마가 벌어서 먹고 사는데 아빠 없이 편하게 살면 안 되냐고!!”


이십 대때 유행가처럼 자주 입에 담았던 말이었다. 여자, 도박, 음주, 무능력.. 결혼하면 절대 안 되는 조건을 골고루 갖췄던 남자가 바로 나의 아빠였다. 술 안 마시면 무슨 재미로 사냐며 술을 들이붓더니 결국 62세란 젊은 나이로 간경화, 간암 말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 아빠를 책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남편의 도박으로 전재산이 날아가고 짧은 결혼 생활을 청산한 김설 작가님. 어린 딸과 살아내야 할 삶이 얼마나 막막했을까!! 목구멍이 포도청, 딸의 분유, 기저귀 값을 벌기 위해 몸을 갈아넣는다. 그런데 어느 날 전남편이 나타난다. 집도 절도 없는 몸, 먹고는 살았는가 씻기는 했는가… 새하얗게 샌 머리를 하고 나타난 남자. 딸이 보고 싶다고 했나, 같이 살자고 했나..


‘성급한 결혼과 이혼, 20년 만의 재결합 후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p.10)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아니 서로의 단점을 빤히 알고도 시작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불구덩이속으로 왜 들어가려 하는가..
이것은 타인이 보는 시선, 그리고 판단일 터. 작가님 자신은 그리고 남편은 부부로 사는 삶은 어떤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을 거다. 그 시간을 지나 이해하기 힘들고 용납하기 힘든 것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일체의 비결을 배우게 되는 것인가.


가만 생각해보면 불행하기만 했다고 하는 삶에 웃음도 노래도 추억도 있었다. 그것도 없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작가님의 삶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웃음, 노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힘들고 치열한 삶 속에서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결혼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계속 생각해보게 됐다.


“행여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칠흑 같은 어둠이 계속된다 해도 괜찮다. 어둠 속에서 빛을 기다리는 과정이 곧 삶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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