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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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는 싱크대 선반 속 오래된 접시였다.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줘도 살아가는 선인장이었다.‘(p.108)
슬퍼하거나 서운해하지도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그냥 살았다. 태어난 게 죄가 될까 싶었다. 아니 이미 태어난 게 죄인 것일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닐 터이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6년 전 죽은 엄마와 엄마의 남자로 인해, 6년 전 사건으로 인해 그 남자의 할머니와 섬으로 들어와 살면서 더 그런 삶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열일곱 살 아이가 터득한 생존법칙이었다.


6년 전 사건을 아는 친구 기윤이는 이수를 따까리라 여기며 친구들 앞에서 으스댄다. 이수의 약점을 잡고 있다. 이수는 그저 기윤의 따까리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세아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이수와 비슷한 느낌의 아이. 나이는 한 살이 많다고 했다. 자신에게 물먹인 세아에게 악의를 품은 기윤은 세아에 뒷조사를 하고 소문을 퍼트린다. 아이에 대한 소문이 나돈다.

“만 15세 남학생 주거 무단 침입, 혼자 사는 70대 노인 폭행 후 도주.”


이수를 돌보던 할머니가 어느 날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우연한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는 치매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이수는 무섭다. 어떻게 해야 하나…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자신을 유일하게 거두고 키워준 사람. 그 두려움을 마주하던 날 이수는 세아의 진실을 알게 된다. 소문의 진실, 세아의 삶에 대한 진실을…


이수, 세아. 그 둘은 부모에게 제대로 된 돌봄조차 받지 못한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 뒤에는 결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어른이나 아이나 그런 소문을 소금여 절여 오래오래 상하지 않게 간직한다. 하지만 진실도 그러하다. 오래도록 절여져 있다 어느 순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 (p.192) 아이들은 깨닫는다. 한 사람으로 인해 아프고 망친 것 같은 삶도 또 다른 한 사람으로 인해 아물고 얼마든지 다시 새롭게 세워갈 수 있음을 배운다. 그 과정이 왜 이리 아픈가.


’도망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마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p.216), ‘누군가에게 한번쯤 털어놓고 싶었던“(p.183) 이야기를 이수와 세아, 그리고 할머니를 통해 들려준다. 섬처럼 접시처럼 선인장처럼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의 서사를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려 했던가. 원인과 결과로만 설명되어지지 않는 수많은 과정을 우리는 알려고는 했던가. 이수와 세아의 이야기 속에 한참을 머물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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