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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약국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평점 :
“무언가 이상한 것이 온다”에 이어 근 2년만에 다시 만난 김희선 작가. 이번엔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낮엔 약사, 밤엔 소설가로 본캐 부캐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이야기꾼 김희선 작가가 들려주는 #틈 에 대한 이야기이다. 2021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주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것을 묶었다고 한다. ‘밤의 약국’에서 근 일 년에 걸쳐 김희선 작가가 보았고 들었고 느꼈을 틈. 너와 나 사이, 나와 세상, 너와 세상 사이에 있는 감지되기도 되지 않기도 한 그 틈을 들여다 본 이의 사유가 담겨있다.
의약 분업이 이루어지기 전에 약국은 병원을 대신하는 곳이기도 했다. 늦은 밤까지 열려있었던 약국은 응급실 대신이기도 했고 이웃들의 사랑방이 되기도, 나를 짝사랑하던 아이의 집이기도 했다. 39년 간 늘 그 자리에 있는 약국은 건물도 약사님도 함께 늙어가고 있지만 이상도하지. 그 약국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처음 그곳을 방문했던 국민학교 1학년 꼬맹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곤 한다.
늦은 시간까지 약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약사 김희선. 저렴한 가격으로 아픔과 불편함을 달래기 위해 오는 나이 든 손님들이 꽤 계시다. 커다란 병에 담긴 활명수를 꼭 식후에 마셔야 하는 어르신, 딸과 사위가 틈만 나면 자신의 돈을 노린다며 통장 관리를 부탁하는 어르신, 삶에 대한 욕구가 당연함에도 삶보다는 죽는 쪽을 택했던 파킨슨 환자, 약국 앞을 어슬렁 거리던 강아지 까꿍이, 앵무새 인형을 놓고 이야기를 주고 받던 할머니, 인간을 위해 목숨을 잃어야하는 처지에 놓은 실험 동물들….
우주라는 공간을 떠돌던 작가의 시선은 이제 약국으로 들어온다. 외계 생명체로 이야기를 만들었던 상상력 안으로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사람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생명들이 들어온다. 그 안에는 소외되고 낮은 곳에 있었던 이들의 목소리가 맴돌고 있다.
SF와 기담,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를 유영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던 작가의 내면에는 따스한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기발함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오로지 밤의 약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지 않겠는가.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