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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유럽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웰컴 투 사위투어!!
생각만해도 어질어질해지는 칠순 잔치의 풍경.
특히나 가족끼리 돌아가면서 축하 노래를 불러야만 한다는 아버지의 바람에 화들짝 놀라 뱉어 버린 막내 딸 현지의 말 한 마디!!
“여행 가자, 여행. 엄마 아빠도 유럽 여행 다녀오세요.칠순 잔치에 나와서 노래 부르라고만 안 하면 내가 여행 비용 다 댈게. 응?” p.20
그렇게 시작되었다. 삼 대가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이. 파리, 런던, 스위스 그리고 다시 파리로 마무리 되는 여행의 가이드는 사위가 맡게 되었다. 자진해서! 추위가 물러가고 찬란한 봄이 고개를 내미는 4월에..
칠순 기념 여행의 주인공인 아부지. 엄청난 고집과 벼락같은 화를 보유한 부산 사나이. 평생 남편과 세 딸, 그 외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엄마.
부모님의 세 딸 중 막내인 이 책의 글과 그림을 담당한 현지. 사위투어의 기획자이자 여행의 일등공신인 막냇사위. 걱정과 달리 여행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던 여섯 살 아이까지.
여행을 가게 되면 저절로 알아지고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익숙하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역할이 아닌 한 존재로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이 열리게 된다.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과의 여행은 ‘빠른 효율대신 돌아가는 배려가’(p.90) 필요하다. 긴 비행시간, 시차, 체력, 식성까지 신경 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홈그라운드에서 부리던 고집도 내려놓아야 한다.
사위와 막내를 믿고 온전히 여행에 집중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참 좋았다. 역할이 아닌 존재로 그 자리에서 즐기던 모습. 잠시 책임감을 벗어던지고 충분히 맛보고 느끼는 그 순간들, 그분들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세심하게 돌보지 못했던 취향,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뛰는 가슴도 경험하셨으리라.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한 베르사유 궁전보다 막내와 손녀가 정답게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씀하시는 그 마음. 힘들게 수고한 사위에게 고맙다며 내민 현금 50만원. 그 순간들을 기억에 담아 그림과 글로 한 권의 책을 만든 막내 현지씨의 마음까지.. 난 잘 모르겠다. ㅠㅠ
가족과 여행을 떠나본 기억이 없어서일까, 읽는 내내 부러움과 함께 낯선 감정이 차오른다. 어릴 때는 돈이 없어서, 키우고 났더니 다 바빠서 함께 여행을 가지 못했던 가족이었다. 이제 여행을 좀 가볼까 싶은데 엄마는 오래 걷는 것조차 버거워하신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몸이 건강할 때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말이 이제서야 맘에 몸에 와 닿는다. 늘 후회는 한 발 늦게 찾아온다.
‘언제 우리가 당신들을 이토록 오래, 다정하게 바라보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