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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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하여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라는 사전적인 뜻을 가진 의례(ritual) 대부분 의례라고 하면 종교적인 모습을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일상을 보면 많은 의례로 구성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흔하지만 강렬하고, 친근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인사 의례’이다.
인사는 그냥 고개를 숙이거나, 안녕하세요 라는 말을 주고 받는 것의 의미를 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상대를 인정하고, 호의적으로 반기며, 환영한다는 뜻을 드러내는‘ (p.48) 의례이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자. 동네 어른을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지 않았는가. 그 순간 나와 그 어른 ”사이에“ 흐르는 ”무엇“이 있었다. 그 사이에 흐르는 것이 유대감일 수도 있고, 다정함일 수도, 정일 수도 있겠다. 요즘엔 그 무엇이 사라져가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길을 지날 때도 서로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가는 순간은 얼마나 많은가! 시어머니는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면 늘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신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럴 때 엘리베이터 안에는 어색함보다는 따스함이 흐르는 걸 느끼게 된다. 인사를 받으셨던 분은 내릴 때가 되면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를 하신다.


사회가 갈수록 각박하고, 공감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이 때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행동생태학자이자 30년 이상 코끼리를 연구한 코끼리 연구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인간 사회가 잃어버린 그 무엇을 동물들의 의례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놀이, 애도, 회복, 여행 등 열 가지 의례 행동을 통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관계 맺기”이다. 이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삶의 무언가를 놓치고 있거나 이미 완전히 잃어버렸다. 10가지 의례에는 이런 요소들이 숨어 있다. 시대에 뒤처진 관습으로 보일지 몰라도 의례는 사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의례는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서로를 잘 보살핌으로써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열쇠이다. p.35


그녀가 소개한 열 가지 의례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애도 의례였다. 치명상을 입은 새끼 옆을 온종일 지키면서 코를 비벼대고, 울음소리를 내고, 상처를 핥으면서 끝까지 곁에 남아 있는 포르투갈 북부의 가라노 조랑말. 서열이 낮은 늑대가 죽었는데 무리에 남은 늑대 전부가 상실감에 빠져 6주간 놀이를 중단, 무리의 대장이 죽자 2주간 매일같이 울어주는 늑대. 친구가 죽자 밤새 죽은 친구의 몸에 흙을 뿌려 덮어주는 코끼리…


동물들에게서 배운다. 그들로부터 질서를 배우고 배려를 배운다. 인간과 동물의 삶은 당연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야생동물들도 인간처럼 인사하고, 놀고, 선물하고, 구애하고 애도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동물들이 평화를 유지하며 공동체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인간에게 야생동물들이 전하는 열 가지 관계와 공존의 메시지. 우리 안에 회복해야 할 의례가 얼마나 많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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