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임볼로 음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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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마을 코사와. 언제라도 들어가 수영하며 놀 수 있는 강이 흐르고 공기는 맑았으며 자급자족하며 사는 삶엔 만족이 넘쳐 흘렀다. 대를 이어 함께 살고 표범의 후예답게 용맹함을 떨치며 살았던 그 마을에 유전이 발견되는 날부터 그 마을은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미국 석유 기업인 펙스턴. 독재를 행하고 있던 정부와 불공정 계약을 맺고 코사와 지역의 땅을 사 들인다. 그 후 무책임한 유전 개발이 시작된다. 기름 유출로 인해 많은 소출을 내던 땅은 점점 황폐해져갔다. 강물은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더 이상 생선을 먹을 수도 없다. 오염된 공기와 물 탓에 아이들은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열, 기침.. 손을 써 볼 새도 없이 아이들은 죽어 나가고 묘지는 늘어만 간다. 기업은 책임 회피만 하기 바쁘고 정부는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음을 자각한 코사와 주민들은 펙스턴에서 협상을 하기 위해 보낸 대표단을 포로로 붙잡는다. 그 포로 중 한 명이 갑작스럽게 죽게 되고 이후에 코사와 마을엔 정부에서 보낸 군인들에 의해 대대적인 학살이 시작된다. 이런 학살이 기자를 통해 미국 현지에 전해지게 된다. 코사와 주민들은 펙스턴이 벼랑 끝에 몰려 미국으로 떠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천만에!!! 코사와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아이들에게 학교에 다니게 해 주면서 자신들은 할만큼 했다고 말한다. 그 보상금과 정책으로 학교를 다니고 마침내 미국으로 유학까지 가게 된 툴라. 툴라는 코사와를 구하기 위해 고민한다. 편안하고 안정된 삶, 사랑하는 이와의 삶마저 뒤로 하고 자신의 고향을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어린이들에게 소박한 것을 선물하고 싶을 뿐이다. 깨끗한 물, 깨끗한 공기, 깨끗한 음식. 아이들이 지저분한 걸 좋아한다면 더럽히라고 하자. 감히 누가 아이들에게서 그 권리를 앗아간단 말인가? p.116


콩고에서의 코코아 생산, 인도에서 코카콜라 유독가스 방출, 플라스틱 대량 매장, 시에라 리온 다이아몬드 채굴 등..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개도국‘이나 ’후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 행하는 만행들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많이 봐 왔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지역 사회에 새로운 삶을 선사해 줄것이라는 달콤한 말로 꼬이지만 결국 이익은 그들의 몫, 피해는 현지인들의 몫으로 남기 마련이다.


힘이 없는 코사와 마을 주민과 거대한 펙스턴이란 정유회사간의 싸움을 그린 소설이다. 이게 정말 소설인가? 혹시 다큐나 르포가 아닐까 의심하며 읽어내려갔다. 너무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보여주는 아프리카 코사와 마을의 모습과 그들이 지켜가고 있는 전통, 자신들을 착취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에게 선함을 기대하고 있는 그들의 마음은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문명, 개화, 개발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이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이 탐욕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한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것 외에 무엇이 있을까.. 그 탐욕은 끝도 없고 채워질 수도 없다는 걸 그들에게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문학은 처음 접하는데 너무 매혹적이었다. 23년 최고의 책을 벌써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하다.


▫️좋은 날에도 어려운 날에도, 코사와에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외하더라도 그곳을 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휘황한 보름달의 달빛에 젖은 채로 광장에서 춤추던 그 시절로 왜 돌아가고 싶지 않으리? p.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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