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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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가 눈 오는 풍경을 좋아하는 건 눈송이들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동선들이 서로 엉켜 도시를 한순간 전혀 다른 흐름으로 만들어놓는 것. 어떤 눈송이들은 위아래로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정말 그것이 살아 낙하의 고저를 조절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흰 새처럼, 흰 벌처럼 느껴지는 눈이었다. - 은하의 밤, 54p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 - 크리스마스에는, 305p


데뷔 13년 만에 발표하는 첫 번재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일곱 편의 단편. 서로 조금씩 연결되어 있는 인물들이 그려내는
뭉클하고 명랑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담겨있다.

암 수술 후 다시 찾은 일상과 복직의 과정을 비유적으로 그린 [은하의 밤], 소봄의 남동생 한가을의 짝사랑 실패 후 찾아온 사랑을 그린 [데이, 이브닝, 나이트], 지민과 현우의 이별의 씨가 된 옥주의 중국 유학 이야기를 다룬 [월계동 옥주]

현우 친구와의 소개팅을 앞둔 진희가 첫사랑을 떠올리는 [하바나 눈사람 클럽], 소봄을 중심으로 예능국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첫눈으로]

이십 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반려견을 잃고 애쓰며 사는 세미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SNS에서 맛집 알파고로 유명한 옛 연인 현우를 취재하러 온 지민의 이야기가 담긴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한 해가 정말 가는구나 하는 마음이 코끝을 찡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올 해는 무슨 마음을 품었더라? 어떤 생각을 했더라? 생각하며 한 해를 정리하게 된다. 나의 일상이 모여 일 년이란 시간을 만들었다. 작고 반짝이게, 때론 흠집이 나기도, 때가 타기도 했을 수많은 순간들. 하나하나의 작은 순간들을 이어붙이면 어떤 모습일까? 그 타일들을 모아 놓으면 근사한 ‘나’가 완성되어 있을까?

사랑, 이별에 아파하며 애쓰며, 치열하게 때론 치사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 그렇지만 가끔 꺼내보고 싶은 마음의 조각들. 흰 눈이 내릴 때 도시가 전혀 다른 풍경이 되듯 우리 마음도 전혀 다른 바람이 불어온다. 그때만 건넬 수 있는 마음이란 것이 존재할 것이다. 모두 행복하길 바라는 박애주의가 발현되는 날이 있다는 것. 그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라는 선물은 아닐까..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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