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작별
이한칸 지음 / 델피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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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봐라. 저렇게 흔들리다가 정립이 돼. 테이블 위에 방금 떨어진 물병이 있어. 결코 한 번에 서지 않지. 중심은 여러 번 흔들리다 속에서 균형을 잡을 때, 그때 우뚝 선다.” p.84


때는 2032년, 극저온 냉동 수면센터의 책임연구원인 류요엘은 2년 7개월만에 냉동 체임버에서 눈을 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7년이 되는 날 눈을 떴어야 했다. 뭐가 잘못된 거지?
자신과 막역한 사이로 지내는 연구원 이을유와 함께 진행한 냉동인간 실험. 스스로가 ‘살아 있는 실험체’가 되기로 한 류요엘.
살아있는 상태에서의 냉동인간은 불법이지만, ‘베드퍼드홀’에서만큼은 예외. 냉동 인간은 충분한 성과에 도달했으나 문제는 해동이었다. 세포조직의 파괴 없이, 기억의 상실 없이 완전한 상태로의 해동이 가능한지 그들은 실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가 베드퍼드홀에서 잠들어 있던 사이, 탈북브로커를 고용해서 어렵게 남한으로 데리고 온 12살 동복동생 김산이 실종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동생을 보살피기로 한 이을유는 3,000억 사기죄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고, 이을유 대신 동생을 돌보던 로봇마저 실종상태.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을유는 어쩌다 사기죄로 수감되었고, 동생과 로봇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건을 파헤치며 류요엘은 하나씩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왜 2년 7개월만에 깨어났는지 깨닫게 된다. 자신의 기억이 하나씩 돌아올 때마다 류요엘은 그에 맞는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그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소원을 이뤄주는 놀이동산 홀리파크”에 이어 sf장르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이한칸 작가님의 신간 “완벽한 작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와 속도감 넘치는 전재로 인해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내려갔다. 냉동 인간과 함께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윤리적인 문제, 그리고 삶과 맞닿아 있는 죽음이란 문제까지.


원하지 않았지만 삶이라는 확실한 순간으로 던져진 우리. 생 이후에는 어떤 답도 주어지지 않기에 우리는 수없이 흔들리고 넘어지면서 중심을 잡으며 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생과 사,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삶의 순간들을 우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완벽한 작별을 준비하는 류요엘을 통해 나의 생과 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든 걸음이 의미가 있다면 죽음으로 가는 길도 의미가 있음을 느낀다.


“시간에 떠밀리지 않고 오늘을 살아내는 분들께 존경하는 마음을 이 책에 담으려 했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어떤 모양으로 살았든 의미없는 날은 없었다고, 모두 감사한 날들이라고 말해준다. 그런 사소한 날들이 쌓여 삶을 이루고 그런 것들은 추억, 경험이란 이름이 된다. 어떤 순간도 귀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그저 우린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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