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아서
박산호 지음 / 더라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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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엄마,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버지를 둔 선우. 자신의 존재가 아닌 행위로 인정받는 선우는 성적 하나로 밥버러지가 됐다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트로피가 되기도 했다. 친한 친구 없이 조용하고 우울하게 지내던 어느 날, 앞집에 한 여자가 이사를 온다. 갓난쟁이 아이를 데리고.. 남편은 없는 거 같다.
자신의 방에서 건넛집을 보던 선우는 아이를 안고 어르고 젖을 먹이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반한다. 자신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스한 보살핌을 아이에게 온전히 부어주는 여인에게 선우는 빠져들고 만다.


그녀의 이름은 아랑. 선우보다 열 살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난봉꾼 아비의 아들, 자살한 엄마의 아들, 박복한 팔자를 타고난 아이가 아닌 선우 존재를 궁금해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는데…

▫️어린 나는 몰랐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상대를 순수하게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마음이라는 것. 아랑은 바로 그 선물을 내게 준 사람이다. 처음이자 유일한 사람. p.66


그런데 그녀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대체 아랑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선우는 사고로 아비를 잃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한쪽 다리를 잃게 되지만, 여러차례의 재활로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가 되었고, 한국대학교의 영문과 교수가 되었다. 사고를 당하고 어떤 기억이 뭉텅이로 빠져버린 선우지만 어떤 작별 인사 없이 헤어진 아랑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은 그대로 간직한 채 아랑을 찾아 10년을 헤맨다. 그런데 아랑을 찾아 헤메는 또 다른 이들이 있었다. 아랑의 행방을 쫓다 선우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한 이들은 선우에게 다가가는데….


‘툼스톤’의 원작 소설 [무덤으로 향하다]를 시작으로 ‘월드워Z’의 원작인 [세계대전 Z], 영화 ‘차일드 44’의 원작, 토니와 수잔, 토마스 해리스의 [카리 모라] 같은 스릴러 명작들을 20년 가까이 번역한 박산호 번역가의 첫 장편소설이 세상에 나왔다. 어느 날 클래식 연주회에서 문득 떠오른 한 남자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그 남자의 이야기를 3개월 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써내려갔다. 2008년 등단 이후 살벌한 작업량을 보여주며 장르소설의 네임드로 자리매김한 전건우 작가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이야기를 다듬어 나간다. 전건우 작가가 혼자 보기 아깝다며 책으로 출간할 것을 권해서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20년간 스릴러 명작들을 번역하면서 스릴러 문법과 구조를 익혀온 작가답게 물흐르듯 이어지는 이야기는 책을 펼치자마자 바로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가스 사고 폭발 현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이후로 세 사람의 관점으로 서술되어지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커다란 직소퍼즐이 하나씩 완성되어 간다. 직소 퍼즐을 다 맞춘 후 멀찍이 떨어져서 작품을 감상할 때 보여지는 것은, 슬픈 사랑, 남겨진 이들의 고통, 섬처럼 떠 있는 외로운 이들의 뒷모습이었다. 엄청 심쫄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몰입하며 읽게 만드는 힘!! 그리고 마지막 하… 하게 만드는 반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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