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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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 이 친구야,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이 나라는 달라지지 않아. 나 같은 조선인들은 여길 떠날 수도 없지. 우리가 어디로 가겠어?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다를 바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을 일본 놈이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든, 얼마나 좋은 사람이든 더러운 조선인일 뿐이야. 도대체 어떡하라는 거야?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죄다 굶어 죽거나 공포에 떨고 있다고.” p.209


해방 이후 일본에 남게 된 선자네 가족. 한수의 도움으로 선자의 엄마인 양진도 일본에 함께 살게 된다. 가난에 찌들었어도 자신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던 요셉은 어느 새 가족의 짐이 되어버린 자신의 몸뚱아리를 저주한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는..
노아와 모자수는 차별과 멸시, 갖은 모욕을 겪으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 방법을 궁리한다. 일본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떳떳하게 살고 싶었던 노아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일본의 명문대인 와세다대학에 합격을 한다. 입학금도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에 집을 마련해줄 수 없는 가족은 애가 탄다. 그런 그들을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노아의 친부 박한수는 노아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등록금, 자취방, 생활비까지.. 든든한 후견인으로 노아를 돕는다.


한편 모자수는 일본인들의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그만 두게 된다. 그리고 파친코 사장 밑에 들어가 밑바닥부터 일을 배우게 된다. 공부에 소질이 없었지만 일 머리는 탁월했던 모자수. 그를 이쁘게 본 파친코 사장은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배인의 자리에까지 앉히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노아는 알아선 안 될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아버지가 백이삭이 아닌 박한수라는 것을… 야쿠자의 피가 자신에게 흐른다는 사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노아는 학교를 관두고 훌쩍 떠난다. 그리고는 일본인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자신의 존재에 수치심을 느낀 노아는 가족과 연락을 하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


오랜 세월이 흘러 모자수는 결혼을 하고 어렵게 아들 솔로몬을 얻게 된다. 늘 미국을 꿈꿨던 모자수의 아내는 결국 미국 땅은 밟아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두고, 솔로몬은 가족의 도움을 받고 똑똑한 아이로 성장하지만 조선인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 한계 앞에 좌절했던 솔로몬 그리고 노아.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며,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선자의 마음은 어떨까…


나라는 해방을 했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이념 때문에 남북으로 갈라져버렸다. 일본에 남아있는 재인조선인은 일본에서도 본향에서도 이방인일 뿐이다. 그들은 가진 것이 많고, 배움이 많아도 재일조선인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여전히 그들은 가난하고 더러운 조센징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디서든 살아남아야했고, 그랬기에 천하게 여겼던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예측불허의 삶과 도박은 맞닿아있었다. 특히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그들의 삶을 ‘파친코’라는 단어에 담아낸 작가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낸다.


파친코는 디아스포라 문학이지만 그 안에는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인생의 모든 문제들이 다 들어있다.
가족, 사랑, 이별, 돈, 정체성, 삶의 가치 등….
그리고 각자 개개인이 그 문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맞서는지 보여주는 개인의 역사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그 역사가 나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같은 질문을 건네는 것 같다. 당신은 당신의 삶에 어떻게 맞설 것이냐고 말이다.


장로교 목사인 아버지는 하나님의 계획을 믿었고, 모자수는 인생이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믿었다. 다이얼을 돌려서 조정할 수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생긴 불확실성 또한 기대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모자수는 고정돼 보이지만 무작위성과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파친코를 왜 손님들이 계속 찾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p.80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기록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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