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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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쭉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괴담계의 원조!!! 과담계의 클래식은 뭐니뭐니해도 “ 빨간 휴지 줄까 파랑 휴지 줄까?” 가 아닐까 싶다. 그 얘기를 듣고는 변기 속에서 쑥!! 손이 나오면서 날 놀라게 할까봐 화장실도 맘 놓고 못 갔던 시절~ 게다가 또 한 번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것은 “자유로 선글라스 귀신”이야기. 방송까지 탔을 정도로 유명했던 이야기였다. 자유로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여인이 서 있는데 자세히 보면 선글라스가 아니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있다는😱😱😱


#칵테일러브좀비 #스노볼드라이브 등 독특한 시선으로 작품을 쓰는 조예은 작가의 신작인 트로피컬 나이트!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총천연색 마음으로 쓰인 한여름 밤의 젤리소다 맛 괴담집”이라고 한다. 괴담집이라고? 세상에~ 침을 꿀꺽 삼키고 긴장된 마음으로 읽는데… 어어… 마음이 왜 아프냐… 무섭고 섬뜩한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을 깨고 (물론 나온다 괴생명체 뭐 그런 것들) 쓸쓸하고 안타깝고 텅 빈 마음이 느껴지는, 그럼에도 따뜻한 괴담집이다.


2019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쓴 이야기를 모아 소설집 한 권을 우리 앞에 내 놓은 조예은 작가. 할로우 퀴즈, 고기와 석류, 릴리의 손, 새해엔 쿠스쿠스, 가장 작은 신, 나쁜 꿈과 함께,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이렇게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한 아이가 사라진다. 주인공의 배경처럼 살아가는 아이였던 재이. 재이를 보면서 어린 시절, 존재감 제로였던 자신을 떠올리는 유치원 교사의 서술로 시작된 #할로우퀴즈 를 시작으로 푸른 머리칼의 저주를 받고 시공간을 초월하며 살아가는 블루와 썸머의 사랑을 담은 #푸른머리칼의살인마 까지.


▫️이웃과 교류도 없이 외롭게 살던 옥자와 괴생명체인 석류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소외, 고독사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는 #고기와석류

▫️불의의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연주는 사고 현장에서 기계 손을 줍는다. 정교하게 생긴 기계 손을 고치기 위해 전자상가를 찾는 연주. 연주는 릴리와 함께 어떤 “틈”을 통해 낯선 세상으로 들어온 이방인들의 삶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된다. 긴급 출동명령이 떨어져 출동한 곳에서 갑자기 시공간의 틈이 벌어지고 그 밑으로 릴리는 떨어져버린다. 그리고 곧 닫히는 틈.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거 읽다 울었네 ㅠㅠ
연주야~ 릴리야~~ #릴리의손


▫️“나는 늘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해”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엄마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유리. 고종사촌언니인 연우와 늘 비교당하며 살았던 유리. 학교를 그만둔 채 두문불출하는 유리를 찾아온 엄마. 연우, 유리 그리고 그들의 엄마를 통해 여성과 자식이라서 무시당하고 존중받지 못한 폭력 앞에 그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좌절하는지 그려낸 작품, #새해엔쿠스쿠스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다. 괴담집이라고 하기엔 따뜻하고 아름다웠고, 한편으로는 괴담집에 걸맞는 오소소한 소름이 돋는 작품까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가볍기만 하지 않을까 싶었던 나의 예상을 깬 작품을 만났기에 기분 좋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조예은 작가의 다른 책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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