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 시인 김용택의 인생 100시, 삶이 모여 시가 된다
김용택 지음 / 테라코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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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나요?


어릴 때는 매일매일이 참 다르다고 생각을 했다.
동네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노느라 하루는 너무 짧았고, 놀이를 밥 삼아 먹으며 그 양분으로 무럭무럭 컸던 것 같다. 나이가 들고부터는 매일매일이 어쩜 이리 무료한지.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은 뭐 오늘 같겠지 하는 심드렁한 나날들.. 매일매일은 내가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하는 날들일텐데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그 새로운 날들을 같은 날이라 인지하게 됐을까…


사십오 년의 인생이 너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인생이란 것이 이렇게 눈 한번 꿈벅하는 사이 지나간 것 같다. 인생은 짧은데, 월요일은 세상 길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고, 웃음도 한숨과 눈물, 기쁨으로 알록달록 채색되어지는 날들도 있다. 하루가 지나면 그 하루는 내 삶에서 사라지는 거라 생각했는데, 사라지는 것이 아닌 차곡차곡 채워져 내 삶에 그림으로 시로 남고 있었던 것을 그 땐 몰랐다. 모든 날들이 모여 시가 된다. 즐거운 시, 슬픈 시, 웃는 시, 한숨을 짓는 시.. 그런 시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인생이 되는 것인가보다. 난 지금 어느 인생을 살고 있나, 내가 걸어가는 시간에 난 어떤 시를 쓰고 있을까…


장독대에서 줄넘기를 하다 떡시루를 깨고 엄마한테 죽을 만큼 맞았던 날들, 엄마 손 잡고 시장으로 나들이 가던 날들, 결혼 하던 날, 임신한 사실을 알던 날, 아이를 내 품에 안던 날,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집을 가져보고 그 집에 발을 디디던 날들.. 모든 날들은 내 안에서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인생은 반짝임 속에서 새로운 반짝이는 별을 추가하는 일은 아닐지…


0살에서 100살까지 우리가 마주하게 될 삶. 그 삶에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을 주듯 건네주는 100개의 시들을 읽어본다. 반짝임으로 세상에 오던 0살을 시작으로, 궁금증이 폭발하는 미운 일곱 살, 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나는 스물아홉 살,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예순여섯 살을 지나 삶에는 결코 자랑할 것이 없음을 깨닫는 백 살까지의 삶. 삶을 채우는 시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삶의 모습을 이 한권의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상을 다독이는 언어로 시를 짓는 김용택 시인님이 건네주는 시 속으로 들어가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지나온 삶과 마주할 삶이 이 속에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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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 가족에게 나의 아픔을 낱낱이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 정용철, ‘이것 하나만으로도’ 중에서


64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이 실수하겠습니다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겠습니다
그리고 좀 더 철없이 굴겠습니다
되도록 심각해지지 않고
더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의미 있는 순간을 더 많이 붙잡겠습니다
그 순간 외엔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긴 세월을 미리 걱정하지 않고
매 순간 즐기며 살겠습니다
…..

나딘 스테어,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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