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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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다소 충격적으로 시작되는 소설의 시작.
도박에 미쳐서 한 손 자르면 다른 손, 두 손 없으면 발로도 한다더니 자식까지 맡길 줄이야!! 이런 마음으로 숨을 흡!! 하고 읽어내려갔다.


배경은 강원도의 지음. 탄광업으로 생을 이어가던 곳이 관광산업으로 탈바꿈한다. 카지노 ‘랜드’가 세워지고 그곳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돈’이 절대 권력이 되는 곳이다. 한탕을 노려 모여들었지만 한탕은 커녕 돈, 집, 가족 결국은 나를 잃어버리는 곳. 그곳에서 월드컵 전당포를 운영하는 동영진 할머니. 돈의 흐름을 읽고 계산에 밝으면서도 사람 사는 이치를 헤아리는 할머니의 전당포에 귀중품 대신 아이를 맡긴다. 그리고 그 아이는 할머니 가정의 가족이 된다.

전당포에 시계를 맡기면 값이 떨어지기 전에 팔고, 금을 맡기면 값이 오르길 기다린다. 그럼 아이를 맡겼을 땐?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전당포 주인이 할머니, 그 딸과 아들이 엄마와 삼촌이 된다. “애들은 억만금 주고도 못 사는 어른들의 희망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할머니가 했다. p.12


열 살 하늘이의 눈을 따라가다보면 지음의 흥망성쇠를 엿보게 된다. 돈의 논리로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망가뜨린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게 된다. 아침 아홉 시면 석탄을 캐기 위해 오르던 길이 이제는 넋이 나간 채 돈을 빌리기 위해 전당포 앞에 줄 선 사람들로 채워진다. 벌건 눈, 희망을 버린 눈을 바라본다. 새마을운동, 올림픽, 월드컵을 거치는 시간동안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개발과 발전이란 명목아래 짓밟혔던 광부들의 삶, 다시 투기를 위해 몰려든 이들의 삶을 기반으로 세워지고 무너지기를 반복하는 땅. 하늘의 삼촌이 중얼거리는 말이 결국 랜드를 향한 예언이 되는 것인가.

“지음이 흔들린다! 랜드가 무너진다!”


카지로 랜드가 무너지는 것은 예견된 일. 안전불감증이 만든 인재였다. 카지노 베이비인 하늘이가 카지노에 들어서자 얼마 있지 않아 무너져내린 카지노. 다시 한번 지음은 몰락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지음은 할머니의 입을 통해 다시 복원된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떠난다. 하지만 그것들을 잊지 않고 환기시키는 사람들로 역사는 다시 쓰이고 이어져간다. 할머니의 삶이 그리고 그걸 기록한 할머니의 장부가 기억한다. 그리고 남은 자들은 결국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어떻게 살아갈지는 각자 답할 것이다.


나에게, 엄마에게, 삼촌에게, 그리고 할머니에게 주어진 질문과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냥 물을 수 있는 사람은 그냥 묻고,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답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삶은 온 마음으로 묻고 답해야 한다. 끈질기게 살아가면서, 두 발을 듣고 선 그곳이 넓은 땅이든 좁은 땅이든, 평평한 땅이든 가파른 땅이든, 멀쩡한 땅이든 부서진 땅이든 상관없이. 난 지음을 향해 달려갔다.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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