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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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들로의 여행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 제일 먼저 지도를 꺼내보거나 구글 지도를 검색해보게 된다. 지도는 현재와 과거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고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의 개입과 자연의 작용으로 지형이 바뀐 곳, 흙먼지 아래 파묻혀 잊혀진 장소, 사라져버린 장소의 모습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행 작가인 트레비스 엘버러는 인류의 기억에서 잊혀진 장소를 찾아 과거와 미래로 떠날 수 있는 여행 안내서를 펴냈다. 전 세계 37곳의 장소로 시간 여행을 떠나기 위해 44장의 지도와 77장의 도판을 실었다. 각 장소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지도와 사진을 보면, 안타까움, 아름다움 그리고 절망이란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한때 번성하며 영원한 왕국을 꿈꾸었을 동서양의 고대도시를 다룬다. 알렉산드리아, 페트라, 2004년 쓰나미로 모습을 드러낸 인도의 마하발리푸람까지. 2부는 더이상 찾아가지 못하는 섬과 도시 마을에 대하여 들려준다. 잉글랜드가 북아메리카 신세계에 최초로 식민지를 건설한 슬픔의 당 로어노크. 동양의 아틀란티스란 별명이 붙은, 인공저수지에 잠긴 도시 스청, 수력 자원 개발로 물속에 잠겼다가 최악의 가뭄으로 모습을 드러낸 호주의 올드애더미너비.

3부와 4부는 인간의 개입, 자연 작용과 기후 위기로 사라져가고 사라질 장소들이 등장한다. 생활 용수와 농업 용수에 대한 수요 증가로 유입량이 줄어들면서 절반크기로 줄어들고 싱크홀이 많이 생겨난 사해.
빠르게 오르는 기온으로 인해 2030년까지 모두 녹아 없어질 미국의 글레이셔국립공원의 자랑인 빙하. 앞으로 30년 안에 완전히 물에 잠겨서 살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큰 베네치아까지..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 우리가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희귀한 천연자원을 개발하면서 전 세계에 가한 해악의 증거는 명백하며, 과학적으로 반박할 수 없다. 기후 변화 탓에 해수면이 상승하고 풍경이 사라지거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p.8


책과 함께 떠난 과거로의 여행. 그 여행을 하는 동안 폐허가 돼 버린 도시, 잊혀진 곳을 보면서 어쩌면 이것이 몇 십 년 후의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점점 자연재해는 늘어만 가고 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관광지는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우리에겐 관광지이지만 누군가에겐 생활터전일터. 우리는 그간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왔을까. 37개의 장소들이 보여주는 명암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가 살아갈 땅은 점점 더 척박한 곳으로 변하고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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