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
#우리가쓴것 #조남주 #민음사 #0판1쇄 #미리뷰어
다시 그리고 다르게 읽혀야 할 그녀들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조남주 작가가 돌아온다. 8편의 단편을 담은 “우리가 쓴 것”으로.. 82년생 김지영이 1982년생을 중심으로 펼쳐진 여성의 서사였다면, “우리가 쓴 것”은 여든 살 노인부터 열세 살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이 겪는 삶에 대한, 확장된 여성 서사이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여성의 이야기. Her Story…
[매화나무 아래], [오기], [가출], [미스 김은 알고 있다], [현남 오빠에게], [오로라의 밤], [여자아이는 자라서], [첫사랑 2020]
이 8편의 이야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속에서 느껴야 하는 피로감, 당황, 혼란, 좌절 등이 녹아져있다. 내 얘기인 듯도 하고 당신의 이야기인 듯도 하고,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가 지면 가득 채우고 있는데, 그 어떤 이야기도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한번쯤은 겪어봤던 일이기에 더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신도림역에서 까치산역만 다니는 2호선을 타기 위해 늘 신도림역에서 하차했던 어느 날이었다. 그 2호선에만 볼 수 있었던 나이 지긋하게 먹은 그 구역 도른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의자에 앉아 지하철이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 도른아이는 내 곁에 와서 앉았고, 갑자기 내 손을 덥썩 잡았다. 심지어 잡고 주물렀다. (이런 개새~~) 너무 화들짝 놀라서 손을 빼고 위아래로 흘겨보니 “손 좀 잡으면 닳아?” 라며 너무도 당당하게 말을 했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 상황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도감, 날 위아래로 훑어보는 그 기분 나쁜 스캔의 현장. 그 도른아이는 다른 먹잇감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어슬렁 거렸고, 첫 먹이가 된 나로 인해 다들 피했다. 피해자인 내가 왜 그렇게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렸는지 2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화가 나고 기분이 몹시도 나쁘다.
이런 일들 하나쯤은 누구나 겪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 말 끝에 들어야 하는 말이 더 기가 차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다 그래. 그러니 네가 옷을 잘 입고 다녀야 하고 늦게 다니지 말아야 하고..” 내가 옷을 어떻게 입든, 늦게 다니든 내 몸에 손을 댈 자격을 난 그들에게 부여한 적이 없단 말이다.
“지금 엄마는 남자 애들은 생각이 없다, 이해해 줘야 한다, 몰래 사진 찍고 낄낄거리는 게 장난이다, 그러는 사람이 됐어. 여자애들이 성적 떨어뜨리려고 남자애를 꼬신다, 그런 한심한 소리나 하는 사람이 됐다고. 그러니까 엄마, 업데이트 좀 해.”
- 여자아이는 자라서 p.293 -
한 사람의 인격체로 태어났지만 이름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여자들도 존재한다. 남자 동생 보라고 언니들과는 다른 정체성으로 붙여진 이름 (매화나무 아래서), 직급도 낮지만 회사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여자 사람 (미스 김은 알고 있다), 내가 아닌 누구의 여자친구로 불리우는 사람 (현남 오빠에게)처럼 말이다. 그렇게 블러처리되며 살아가는 여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제는 그녀들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다르게’ 읽어야 하지 않을까?
*책을 제공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