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너와 나의 이야기
금정동 아파트 화재사건.
11층 아파트에서 6살난 동생을 살리기 위해 창밖으로 동생을 던지고 죽은 언니.
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아이 “유원”
11층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온 몸으로 받느라 오른쪽 다리가 산산조각난 아저씨.
.
유원은 언니 대신 살아남았다는 것과, 다리가 끝내 회복되지 못한 아저씨에 대한 적당하고 마땅한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걸 은근히 강요하는 사회. 그런 어려움을 겪고 살아난 자는 일반인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선 안된다고 은근히 조종한다. 그 속에서 원이는 자신을 잃은채 살아간다.
.
📖p.135
언제부턴가 불안하면 몸을 더듬더듬 만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였을까. 처음에는 확인을 하는 과정이었다. 멍이 잘 드는 체질이라 멍이 들지는 않았는지, 흉터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또래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만지는 것이다. 나는 누구를 대신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유원”이라는 것, 죄책감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나”를 온전히 느끼는 순간이다.
.
그렇게 휘청이고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준 친구 수현. 원이는 수현이에게서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불안할 때 살피고 만졌던 몸대신 이제는 마음을 살펴보고 마음을 만지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늘 두려웠던 원이는 드디어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날아오른다.두렵기만 했던 세상 속으로....
.
📖p.221
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옥상에서 아래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을 단순하게 불안함과 공포라고 여겼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건 잠재의식 속에 사고에 대한 감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에 서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걸 무서워하지 않구나. 나는 오히려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을 설렘과 기대감, 혹은 전율이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
몸과 마음의 자유함을 얻은 유원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장면은 정말 눈부셨다. 두려움이란 옷을 벗어버리고 설렘, 기대감, 전율을 느끼며 진정한 “유원”의 모습으로 한 걸을 내딛는 그 발걸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
🌷예상하지 못한 삶의 균열속에서 우린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그것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것이 나의 발목을 잡아 나의 성장을 방해하고 나를 딱 그곳에 붙박아 놓기도 한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오히려 그 속에 갇혀버리고 만다. 올무에 걸려버린 것처럼.
그럼에도 유원은 그런 아픔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인정하고 새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 할 수 있을 때, 오히려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미워하지 않을 용기, 상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 유원을 통해 배운다. 용서가 무엇인지 회복이 무엇인지..
‘아몬드’, ‘위저드 베이커리’, ‘완득이’를 잇는 올해의 소설이라는데 왜 그런지 알아졌다.
정말 가슴을 울리는 소설이었다.
#유원 #창비사전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