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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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테라 불리우는 김솔의 단편집.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이번 소설집은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소와 인물들이 등장하는 40편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가 필연적으로 품는 아이러니와 그 근원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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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인물들은 작가가 포착한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삶의 균열에 붙박여 있다. 그들은 일상이 기묘하게 흔들리며 틈을 벌리는 순간을 저마다 경험하는데, 이 작은 균열을 통해 본능적으로 ‘세상의 이면’을 감지한다.

세계가 언어를 통과해 인간의 인식 속에 안착될 때 실재보다 축소되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미지의 영역은 온전히 이해되지 못한 채 영원히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김솔의 관점은, 인간 인식의 필연적인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연상케 한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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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생일
평온함이란 권태나 허무처럼 불완전한 상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거기서 전쟁과 살인과 증오와 죽음이 태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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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소문
멋쩍어진 자들은 딴청을 피우면서 입을 연신 오물거렸는데 가시가 박힌 언어들을 삼키고, 어제 삼켜서 적당히 부드러워진 언어들은 게워내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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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3 첨단공포
뇌사란 자신의 꿈에 질식된 상태이다. (...) 응급실 근처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자가 자신을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라고 소개하며 찾아왔을 때, 그녀는 그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쓰러뜨리고 말았다. 내 아이의 장기로 뭘 코디하겠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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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2 기록
이미 모든 책들이 책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꿈으로 빚어져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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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4 그녀 앞에서:카프카의 ‘법 앞에서’ 변주곡
굳게 닫힌 문은 침묵처럼 틈 없이 단단했고 어둠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문을 두르리는 순간 모든 기억이 산산이 부서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문 안쪽이 스스로 밝아지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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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번째 생일을 맞이한 노인의 탄식,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이의 뇌사, 불확실한 소문으로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코끼리로 밝혀지는 순간, 여태 먹어본 적 없는 최고의 음식이 실은 인간의 굳은 살로 만들었다는 사실, 추락한 비행기를 타지 않아 죽음을 피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징후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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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솔작가는 독자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밀어붙인다.
“삶은 원래 이런거야. 확실하다고 확신하며 살았던 믿음이 여전히 유효해?”
“어때? 삶에 금이 가는 게 느껴져?” 라고 묻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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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불확실성과 균열의 연속인 듯하다.
매일 겪어내는 삶이지만 단 하루도 같은 하루인 적은 없었고, 또한 자그마한 균열이 계속 생겨난다.
빛에 비추어보면 자잘한 금이 쫙쫙 가있는 도자기같은 상태. 아슬아슬 언제 깨질지 모르지만 완전히 부서지기 전까지 인식을 못 하는 아니 외면해버리는 우리네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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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불확실성, 균열이 우리로 하여금 삶의 이면을 생각해보게 만들고 삶의 의미들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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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찌되었든 살아남은 자들이다.
몽상인지 망상인지 아니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그 경계속에서 살아남은 우리
그 속에서 당혹스러운 일도 만나고, 이게 대체 어쩐 일인지 계속 복기 해야만 하는 상황들속에 놓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삶이 주는 재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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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살아남은 당신,
오늘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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