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김미조 지음 / 수미랑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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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입니다.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하루뿐이라면,

당신은 누구에게, 어떻게 ‘나’를 남길 것인가




세상에는 사라진 사람이 아니라, 발견되지 못한 죽음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죽음들, 미처리 죽음의 접수처인 저승의 리턴서비스에서 시작됩니다. 

황익주는 저승에서 접수된 미처리 죽음들을 맡아 그들에게 단 하루의 시간을 되돌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규칙은 단순합니다. 

하루가 끝나면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그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거나 남겨진 것들을 정리하거나 끝내 말하지 못한 말을 전하는 것 뿐이었지요.




하루의 시간은 짧고, 실패는 반복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불리고 싶었던 이름, 기억되고 싶었던 순간, 지워지지 않기를 바랐던 감정 하나를 남기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씁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익주는 점점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맡는 리턴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 역시 발견되지 못한 죽음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죽음을 처리하는 동안 익주는 자신의 삶에서 지워버린 사람과 기억-그리고 아직 끝내지 못한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익주가 떠올린 기억 속에는 그가 사랑한 여자 시요와 유일한 친구였던 헌책방의 주인 김 사장이 남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새로운 출발을 꿈꾸던 그는 왜 죽었을까. 

그리고 어쩌다 발견되지 않은 시신으로 남았을까.




아무도 보지 않으면, 죽음도 사건이 되지 않는다

고독사·사회적 고립·관계 단절-우리가 만들어낸 현실의 고증




이 이야기는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 관계 단절을 특별한 사건으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떤 과정으로 평범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김미조 작가는 저승의 리턴서비스라는 장치를 통해 누군가를 보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늘의 현실을 차갑도록 정확하게 고증해냅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잔인한 것은 귀신도, 저승도 아닙니다. 

무심함이 축적된 일상 그 자체입니다...

 



또한 날카로운 세태 풍자도 놓치지 않습니다. 

열심히 살면 된다는 말이 얼마나 쉽게 타인을 고립시키는지, 각자도생이 얼마나 손쉽게 공동체의 책임을 증발시키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누구의 문 앞에서 조용히 멈추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무섭습니다. 

귀신이 나와서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이미 저승의 접수처와 닮아있기에.




김미조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아무도 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세상은 평등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권리만큼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질문하고 있습니다. 






지독히도 외로운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독을 가슴 아프게 써내려간 이야기에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나 또한 예외일 수 없기에 

단 하루, 소중한 하루를 선물 받고 선물하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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