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즈음, 엄마의 손을 잡은 적이 있는데 엄마는 그때 “쯧.” 하고 혀를 차면서 내 손을 뿌리쳤다.
그 순간 두 번 다시 엄마 손을 잡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나와 엄마의 힘든 관계가 시작되었다.
-P.14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사노 요코가 치매 걸린 엄마를 실버타운에 모신 뒤 밀려드는 회한과 죄책감, 자신의 전 생애를 관통했던 엄마와의 삐뚤어진 관계를 풀어낸 에세이집입니다.
내면에 뿌리깊이 자리해 있던 엄마를 향한 증오. 그 모질고 거친 감정을 고백하고 그토록 미웠던 엄마를 이윽고 마주하여 용서하기까지의 과정이 실려있어요.
노래를 부르며 나는 엄마의 하얀 머리를 쓰다듬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소리 높여 울어도 괜찮은 순간이었다.
"전 못된 아이였어요. 미안해요."
엄마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처럼 말했다.
"나야말로 미안하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