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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
김민철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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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김민철 지음, 창비출판사)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사회 전반적으로 정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민주국가, 민주사회, 민주공동체. 심지어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 가부장제의 반대처럼 통용되는 민주적 가정이라는 표현도 있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학습한 것이 전부이며, 정작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라니, 민주주의라는 체제는 모두의 호응을 얻어 갈수록 발전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닌가?

책에서는 국민과 인민, 투표와 통치, 민주와 민치라는 개념부터 다시 정의한다. 나라가 생기기 전 군중의 무리가 먼저 있고 그들이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므로 엄밀히 민주정은 민치정이라는 설명이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정부형태 구분법의 순환은 정말 흥미로웠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독재자들이 출현했지만, 민주정부에 대한 시민의 열망과 희생으로 독재자를 끌어내릴 수 있었다. 이때에 우리는 민주정과 중우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지 않았나. 이 기준으로 보았을 때 현재 우리나라는 어디쯤일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공화주의와 자연법의 전통을 살펴보고 프랑스혁명을 살펴보며 자유에 대해 고찰한다. 그리고 19세기 이후 ’자유민주주의‘라는 익숙한 단어가 등장한다. 이를 주장한 자유주의자들은 ’민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투표를 주권 행사가 아닌 의사표명이라고 그 범위를 축소시키려 하였다. 하지만 현재 나는 책에서 언급한 대로 투표를 주권의 간접적으로 행사한다고 여기지 단순한 의사표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239쪽) 그러므로 투표로 당선된 정치인들이 본인을 선출한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이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정치인을 소위 ’일 못한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저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투표로 뽑으니까 민주주의라는 손쉬운 사고방식도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241쪽), 무엇이 더 나은 정부형태인지에 대해서는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조차 세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43쪽) 하지만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소수가 다수보다 더 나은 정치적 선택을 할 확률은 반드시 더 높지 않으며(246쪽), 돌이켜 보면 인민의 무지만큼이나 엘리트의 무지도 역사의 조명 아래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하였다.(248쪽)
세상에 완벽하고 영원한 것은 없으므로, 통치와 정치의 불완전성을 선제적으로 받아들이고 이 무지 위에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말을 통해 민주정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권고한다. (248쪽)

제목과 표지에 강하게 끌렸고 홀린듯이 서평단을 신청했는데 덜컥 선정되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읽자마자 처음 끌림보다 몇 배나 더 큰 후회가 밀려왔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처음 3장은 몇 번이나 다시 읽었고, 결국 펜을 들고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아니 공부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읽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기 전보다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 것은 나름대로 고무적이었다.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민주정은 보통사람의 목소리가 통치를 좌우하는 정부형태이다.’라고 정의하며 정치인을 두가지로 분류한다. 자신의 견해가 당대 사회의 기준에서 얼마나 진보적인지 또는 보수적인지와 별개로 인민의 일반적인 견해에 대한 정치인의 반응에 따라 나누어 보면,
”너희는 틀렸으니 내 말을 따르라”고 말하면 반민주적인 정치인이고,
“내 입장과는 다르지만 귀 기울여 듣겠다”고 말하면 민주적인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244쪽)

정말 이 부분에는 특히 동의한다. 나는 더 알고 싶지도 않은데, 정치와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안타까운 일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부디 보통사람의 소리를 경청하는 민주적 정치인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자면 나부터 투표권자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민주시민이 되어야지!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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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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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왜 사라졌을까? 숲은 어떤 곳일까? 조선시대의 제주도는 어땠을까? 표지 속 한복을 입은 두 여인은 누구일까? 배경이 조선시대인데 영문 제목은 왜 병기되어 있을까?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과 표지의 그림 덕분에 여러 궁금증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았다.
‘캐나다에서 자란 한국인 작가가 영어로 쓴 조선시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소녀 탐정의 미스터리 추리극’
이게 무슨 조합일까 싶지만,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흠뻑 빠져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버지를 찾아 제주로 다시 돌아온 환이,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동생 매월이와의 얽힌 사연과 오해를 풀며 동시에 아버지의 흔적을 하나 둘 찾게 된다. 환이와 매월이가 어릴 때 숲에서 겪었던 끔찍한 사건과 아버지의 죽음이 관련있음을 알게 되며 이야기가 급속도로 전개되는데, 복선이를 만난 이후부터는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낼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묵직하게 다가왔던 것은 공녀의 이야기가 다뤄진 것이다. 공녀는 ’공물로 바치는 여자‘라는 뜻으로 고려에서 약 100년간 원의 간섭을 받으며 많은 공녀를 바쳤고, 조선 시대에도 명의 요구로 공녀를 보내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한국사 사전2-역사 사건, 문화와 사상)
이와 같은 역사 속 슬픈 진실이 이야기 속에 잘 녹아 있어서 그들의 마음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힘과 권력 앞에 어린 여성이 핍박받는 일은 시대를 불문하고 있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역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나? 환이와 매월이의 고군분투, 서현, 가희, 현옥, 복선 그리고 채원이와 모든 사라진 소녀들을 오래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성인이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특히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생각보다 짜임새 있게 얽힌 얼개를 풀어나가는 환이에게 더욱 몰입하며 읽을 수 있어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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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얼흥얼 노래하는 고슴도치 이야기 새싹
조소정 지음, 신외근 그림 / 하늘우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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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도치의 여정’이 사랑스럽게 그려져있다. 여러 동물 친구를 만나며 위험한 상황에 닥치기도 하지만 도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가장 힘든 순간에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도치의 모습에 순수한 동심이 느껴져 특히 사랑스러웠다.

혼자 책읽기 도전 중인 1-2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며, 보호자가 읽어주기에도 부담없는 분량이다. 읽기 팁으로 노래 부분을 읽을 때 가락을 붙여 아이와 함께 노래로 부르는 것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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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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