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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홀짝 호로록 -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손소영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홀짝홀짝 호로록 (손소영 그림책/ 창비)
‘말이 필요없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책
귀여운 동물들의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멋진 그림책을 만났다.
배고픈 오리와 쓰레기통을 뒤지던 꼬질꼬질한 강아지는 고양이가 살고 있는 집의 거실에 들어가 허락도 없이 우유를 같이 먹는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고양이가 버럭하며 방귀를 뽕! 뀌어버리고, 부끄러워하던 고양이 곁으로 가 함께 방귀를 뀌며 셋은 친구가 된다. 거실에서 신나게 놀다가 온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비오는 날 집 밖으로 도망나온다. 물에 사는 오리, 비를 좋아하는 강아지는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고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고양이는 비를 피하지만, 결국 다같이 물놀이를 한다. 결국 감기에 걸린 고양이는 벽난로 앞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친구들과 함께 마시며 노곤하게 잠든다.
서로 다른 동물이 친구가 되어가는 이 과정이 오로지 의성어, 의태어로만 표현되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다양하게 표현된 의성어, 의태어와 동물들의 섬세한 표정과 행동이 만나자 오히려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림책 곳곳에 킬포인트가 숨어있는데 몇가지만 말해보자면,
의성어와 의태어를 그냥 폰트로 적은 것이 아니라 그 감정과 뜻을 살려 타이포그라피로 표현한 것이 신의 한 수! 꼬질꼬질은 정말 꼬질꼬질하고, 모락모락은 정말 모락모락하다. 특히 면을 가득 채우는 버럭, 쾅, 첨벙첨벙 등은 글자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내용이 되는 그림책 특유의 재미가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각 동물의 특징을 잘 살린 표현이 기가막히다. 우유를 빼앗긴 고양이의 화, 함께 방귀를 뀌어주는 오리와 강아지의 다정함, 쫒겨나서도 비를 보고 금새 장난치고 마는 꾸러기들, 그 와중에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고양이의 모습까지 하나같이 시선이 머무른다. 특히 고양이가 투덜거리며 우산에 고인 물을 뒤집어 쓰는 장면은 너무 좋다.
색깔! 색깔! 색깔! 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에 의성어 의태어 위주로 색이 들어가 있어서 그림이 한눈에 쏘옥 들어온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고양이가 점점 붉어지는 장면,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모닥불은 타들어 가고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홀짝이는 장면 등은 유독 색이 눈에 띈다. 최소한의 색으로 이렇게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구나 감탄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의성어 의태어를 배운 후 타이포그라피로 표현해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저학년은 국어에서, 고학년은 미술에서, 또는 한글날 계기교육으로 다 좋을 듯 하다. 단순한 듯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그림책. 오래두고 아껴봐야겠다.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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