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최애 다산어린이문학
김다노 지음, 남수현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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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최애’라는 제목과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듯한 표지의 조화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건 너무 내 스타일인데… 평소 김다노 작가님 이야기에 은은하게 흐르는 로맨틱한 정서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이 최애가 될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먼저 각 계절별로 주인공이 바뀌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계절 연작‘이라는 형식이 새롭게 다가왔다. 한 이야기가 끝나 다음 계절이 찾아와도 새로운 주인공의 주변에서 지난 계절 ‘그 애‘를 찾는 재미가 제법있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다른 아이들과 ’그 애‘가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에 묘한 안도감도 느꼈다. 마치 교실에 있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잘 크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고나 할까. 매해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나에게 각자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성장하는 서사는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이야기에는 키, 나이, 꿈, 자기표현, 장애 등 결핍과 제한을 조금씩 갖고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봄’의 키 큰 미지와 키 작은 무지. 실제 초등학교 6학년에 있음직한 아이들이다. 표지에 끌려 이 책을 골랐다면 이 이야기에 반할 수 밖에 없다. ‘여름’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수민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특히 수민이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직진하는 덕형이의 태도를 꼬집으며 ‘나의 감정만 앞세우는 것이 사랑일까?’라는 이야깃거리를 던져준다.
’가을‘의 준구와 기온이의 이인삼각은 그 자체로 멋있다. 특히 ‘당연히 지금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기온이의 말은 흔하지만 당연하게 실천되지 못하는 말이라 더 와닿았다. ‘초겨울’ 이야기에서는 사랑에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옛말을 떠올리며 ‘확신의 확률’에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겨울’ 의 대한이와 진아의 이야기는 청춘 드라마 보는 마음으로 읽었다. ‘다시 봄’의 벚꽃이 내 마음에도 우수수.. 이건 진짜 사랑이야😍

‘나는 부드럽고 신중한 로맨스를 알고 있다.’ 단추에 새겨진 이 문구를 보고 이야기를 떠올렸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해마다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6학년 교실에는 늘 로맨스가 흘러넘쳤다. 소리없이 긴 썸과 연애가 있는가 하면 사귀다 깨지기를 반복하고 스킨십이 난무하는 요란법석한 연애도 있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시절을 지나는 아이들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란 쉽지 않다. ‘올바른 사회적 통념에 적합한 초등학생의 사랑…?’ 같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르쳐야만 하는 순간이 늘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어졌다. 먼저 내가 나로 존재한 후,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도 마음을 나누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 그 자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무조건 추천! 무엇보다 교실에서 함께 읽기를 강력 추천한다. ‘꺄-’ 소리와 함께 눈을 반짝일 아이들의 모습이 자동재생된다. 어느날 갑자기 어제와 다르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알아차리게 된(또는 될) 아이들의 부드럽고 신중한 내일을 응원하며, 온책읽기 리스트에 살포시 넣어본다.
최악의 최애는 내 최애♥️


다산어린이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입니다.
#2024기록 #최악의최애 #김다노 #나다움 #성장소설 #어린이책 #다산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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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답게! 자기방어 수업 발견의 첫걸음 6
박은지(데조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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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답게 자기방어 수업(박은지 지음)


‘자기방어 수업’ 이라는 문구 자체가 낯설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표지 그림과 ’방어‘라는 단어에서 호신술 정도 떠올렸고, ’몸과 마음을 존중‘한다는 문구로 단순한 호신의 개념보다 확장된 이야기임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책에서는 온전한 자신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힘을 얻는 다양한 전략을 ’자기‘, ’방어‘, ’훈련‘ 이렇게 세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이 체계가 매우 조직적이고 교육적이라고 느꼈다. 첫째로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파악하고 스스로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자기), 나에게 닥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한 후 상황에 대한 대응법을 알려준다.(방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체 훈련과 대응 시나리오 준비, 공동체와 함께하는 방어 등으로 확장하여(훈련)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건강한 힘을 강조한다.

위의 내용이 자세한 사례와 함께 제시되어있다. 17쪽의 ‘남과 비교하지 않기’에서는 남들의 시선과 ‘정상’이라는 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한 요즘 세대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특히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과 깊이있게 이야기 나눌만하다. 또한 지하철 쩍벌남, 버스의 추행범, 학원 선생님의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 등의 사례와 그에 대한 대응법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학생과 함께 매뉴얼을 만들며 활동해봄직하다. 110쪽에서 여자아이들이 누군가 경계선을 침범해도 ‘널 좋아해서 그래’라는 식으로 ‘무시해’라는 식으로 웃어넘기라고 교육받는 것에 대한 언급은 초등학교 저,중학년을 가르칠 때에도 염두해 둘만한 내용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자기방어를 익혀가는 자체가 나 스스로를 알아차리고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해나가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 눈에 보여지는 나를 의식하며 진짜 나를 잃어가는 사람들
나의 경계를 불쑥불쑥 침범해오는 무례한 말과 행동에 지친 사람들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큼 위험천만한 상황이 너무나 걱정되는 사람들
그리고 자기 방어 수업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클럽 창작과 비평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책입니다.

#2024기록 #나를나답게자기방어수업 #박은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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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4 - 붉은 여우의 속삭임 위풍당당 여우 꼬리 4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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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꼬리4 (손원평 글, 만물상 그림)

내 속의 너무 많은 ‘나’를 표현하는 이야기 중 단연코 최고라 꼽고싶다.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라는 비밀을 가진 단미. 구미호의 꼬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떠올린 작가님의 발상은 정말 대단하다. 평범한 소녀에게 숨겨진 구미호의 힘이 발현되어 꼬리가 튀어 나오게 되는데 그 과정이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자 성장 스토리라니...테트리스 조각이 척척 맞아 떨어지듯 펼쳐지는 이야기에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4권은 표지부터 강렬하다. 솔직히 ’질투‘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때로는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이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이 아이들로 하여금 공감하기 쉽게 그려져있다. 특히 질투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는 참신한 방법은 읽는 이에게도 지혜와 용기를 준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나조차도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알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내보이는 단미와 같은 이야기 속 인물을 만나는 것도 참 귀한 기회이다. 또한 단미의 엄마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아이의 말과 행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단미 엄마처럼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이에게 마음 둘 곳을 내어줄 수 있는가? (없다...) 단미 엄마는 훌륭한 양육자의 모델이라해도 손색이 없다.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스토리, 시선을 끄는 예쁜 그림, 게다가 시리즈... ♥️ 구미호 꼬리가 아홉개라 정말 다행.. 최소 아홉권은 보장된거라 봐도 되겠지!

중학년 어린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 모두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교사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입니다.

#위풍당당여우꼬리 #여우꼬리 #손원평 #만물상 #장편동화 #창비어린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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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창비청소년문학 120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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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 김정 장편소설

‘노 휴먼스 랜드’라는 제목과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강타하는 SF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소개글이 강렬하다. 몇 년 사이에 기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극한호우, 이상기온, 태풍이 되어버린 허리케인 등 상상 속 이야기 같은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상상이면서도 한편으로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기후 재난에 n차 세계 재난이라 이름을 붙인 것, 전 세계가 기후 협약을 맺어 위기 극복을 위해 환경법을 제정한 것, 살 곳을 잃은 기후 난민이 생겨난 것 등 근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이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되어 버려진 도시가 된 서울에 가게 된 주인공은 극비로 운영되고 있던 연구소에 가게 되고 더 큰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노 휴먼스 랜드와 기후난민, 식량 부족 문제를 잘못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나오는데, 마치 대의를 위한 작은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실 속 인물(전범들) 같았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기후위기는 완벽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주어진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소신껏 문제를 헤쳐나가고 불안과 행복이 공존하는 하루를 묵묵히 살아간다.
이 이야기가 판타지로 느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야기에 푹 빠져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고나면 마냥 재미있다고 표현하기 난감하다. 상상 속 이야기라고 하기에 기후위기는 내 앞에 실제로 닥쳤으며 개인적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심각성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마저도 많이 늦었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멀뚱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또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노 휴먼스 랜드’를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야기 속 암울한 미래를 통해 현실에서의 환경 보호 실천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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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엄마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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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엄마
(강인숙, 전승배 그림책)

제목부터 찌릿찌릿 느낌이 온다.
미션 임파서블의 톰 아저씨 못지않은 자세로 공중부양하고 있는 이 건전지. 보통이 아니다.

비눗방울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계란을 섞고, 아이들의 체온을 재며 건전지 엄마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쉼없이 일하는 엄마의 일상이 비현실적이면서 사실적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건전지 엄마의 활약이 더 돋보인다. 특히 화재경보기 울리러 가는 부분은 나름 장르가 바뀌는 느낌이랄까. 마지막에 모두 함께 누워 잠이 든 장면은 볼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아이들의 사랑이 있어야 비로소 충전되는 엄마라는 존재를 이렇게 근사하게 표현한 책이라니! 결국 내가 엄마로 살 수 있는 힘은 아이들에게서 온다는 것이 새삼 멋지게 느껴졌다.

건전지 아빠를 읽었던 아들은 이 책을 보자마자 나와 같이 읽자고 졸랐다. 자기 전에 같이 읽고 진한 포옹과 뽀뽀를 하니 이 곳이 천국... 잠시잠깐 현실을 잊었다.

’엄마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말,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5년 전쯤 학교 다모임에서 나를 나타내는 단어를 생각해보라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무수리’가 떠올랐다. 당시 나는 집에서는 두 아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치우고를 매일 반복했고, 학교에서는 31명의 아이들을 가르쳤다.

스스로 나의 일상을 ’누군가를 뒤치다꺼리 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렸으니 그때 나는 적잖이 힘들었나보다. 하지만 요즘에는 기억 속 아들의 귀여운 목소리와 몸짓, 사진이나 영상에 담긴 나를 향한 애정의 눈빛을 떠올리면 그저 흐뭇해진다. 그나마 스스로 씻고, 먹고, 잘 수 있는 정도로 자라니 예전에 미처 몰랐던 ‘충전’의 과정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이 가장 어릴 때‘라는 선배 엄마들의 명언을 한번 더 되새기며 오늘도 인내심 한 스푼 꿀꺽 삼킨다.

자칭 ’무수리‘였던 시절의 나에게-
무수리 말고 건전지로 하자. 방전된 나 자신을 보며 슬퍼하기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충전시켜주는 아이들을 보며 더 기뻐하자. 나는 건전지엄마니까.

#2023기록 #건전지엄마 #강인숙 #전승배 #창비 #서평 #교사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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