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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엄마 ㅣ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평점 :
건전지 엄마
(강인숙, 전승배 그림책)
제목부터 찌릿찌릿 느낌이 온다.
미션 임파서블의 톰 아저씨 못지않은 자세로 공중부양하고 있는 이 건전지. 보통이 아니다.
비눗방울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계란을 섞고, 아이들의 체온을 재며 건전지 엄마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쉼없이 일하는 엄마의 일상이 비현실적이면서 사실적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건전지 엄마의 활약이 더 돋보인다. 특히 화재경보기 울리러 가는 부분은 나름 장르가 바뀌는 느낌이랄까. 마지막에 모두 함께 누워 잠이 든 장면은 볼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아이들의 사랑이 있어야 비로소 충전되는 엄마라는 존재를 이렇게 근사하게 표현한 책이라니! 결국 내가 엄마로 살 수 있는 힘은 아이들에게서 온다는 것이 새삼 멋지게 느껴졌다.
건전지 아빠를 읽었던 아들은 이 책을 보자마자 나와 같이 읽자고 졸랐다. 자기 전에 같이 읽고 진한 포옹과 뽀뽀를 하니 이 곳이 천국... 잠시잠깐 현실을 잊었다.
’엄마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말,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5년 전쯤 학교 다모임에서 나를 나타내는 단어를 생각해보라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무수리’가 떠올랐다. 당시 나는 집에서는 두 아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치우고를 매일 반복했고, 학교에서는 31명의 아이들을 가르쳤다.
스스로 나의 일상을 ’누군가를 뒤치다꺼리 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렸으니 그때 나는 적잖이 힘들었나보다. 하지만 요즘에는 기억 속 아들의 귀여운 목소리와 몸짓, 사진이나 영상에 담긴 나를 향한 애정의 눈빛을 떠올리면 그저 흐뭇해진다. 그나마 스스로 씻고, 먹고, 잘 수 있는 정도로 자라니 예전에 미처 몰랐던 ‘충전’의 과정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이 가장 어릴 때‘라는 선배 엄마들의 명언을 한번 더 되새기며 오늘도 인내심 한 스푼 꿀꺽 삼킨다.
자칭 ’무수리‘였던 시절의 나에게-
무수리 말고 건전지로 하자. 방전된 나 자신을 보며 슬퍼하기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충전시켜주는 아이들을 보며 더 기뻐하자. 나는 건전지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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