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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 - 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을 위하여
줄리엔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 창비 / 2020년 4월
평점 :
『생각하는 여자』의 책소개를 먼저 접했다.
'서점의 서가를 거닐다 보면 지혜를 선사한다는 책들은 대개 죽은 남성 철학자의 의견으로 채워져 있다'로 시작했고 읽으면서 나는 크게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철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뼈대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 과목을 배울 때도 여성 철학자는 배워보지 못했다. 아마 아주 먼 옛날에는 여자 철학을 하는 게 금기시됐기 때문에 교과서에 남은 여성 철학자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책소개를 주욱 읽어나가니 '만약 살아 있는 여성들이 일상의 문제에 도전한다면 그 책은 무엇을 말하게 될까?'가 눈에 띄었다. '맞아. 여성도 철학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던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왠지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펼칠 것 같은 책의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당장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장 <놀이> 파트가 흥미로웠다. 작가는 '우리에게 놀이를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라고 화두를 던진다.
우리에게 놀이를 허락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책에서 소개한 '놀이'가 필요한 이유를 공감한 것들을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놀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활동으로, 이를 통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둘째, 놀이는 건강한 자아 감각 형성에 도움을 준다. 능동적인 행위자가 될 필요가 있다.
셋째, 놀이를 경험하는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생겨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여기서 놀이의 반대말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는 스튜어트 브라운에 따르면 '우울'이라고 한다. 놀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데, 만약 이런 기술이 결핍되어 있다면 개인의 건강과 생존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95면).
넷째, 놀이는 비판적 성찰과 의미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놀이는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세계관을 형성하여 자신의 능력치를 측정해서 필요시 개선할 수 있고, 이때 자신의 삶에 있어서 행위의 주체자가 되게 된다. 자기 판단하에 자기 역량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도 생기고, 혹시라도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이를 잘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놀이를 할 줄 모르는 성인은, 위니콧에 의하면, 상상으로, 창의적으로, 그리고 즉흥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억압되거나 제거된 사람들을 말한다고 한다(82면). 다행이다. 나는 가능성이 낮은 확률의 것들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상상할 줄 안다는 것은 꽤 창의적인 것 같기도 하며, 혹시 창의적이지 않더라도 창작 활동을 좋아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