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ㅈㅅㅎ (표지 2종 중 랜덤 발송) - 조금 사소하고 쓸 데 많은 제주 산호에 관한 거의 모든 것
녹색연합 외 지음, 박승환 사진, 조인영 감수 / 텍스트CUBE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스쿠버다이빙을 취미로 하는 직장동료가 있다. 그가 경험한 바다를 이야기하면 '산호'가 빠지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제주 우도 바닷속이 정말 깨끗해요. 산호도 정말 많아요."


  그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대꾸해 주지 못한 거다. 산호가 어떤 바다에 서식하는지 관심이 없던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산호는 깨끗한 물에 산다는 정보를 기억저장소에 투입했다. 내 입에서 우와 와 같은 감탄사가 나오기를 바란 것만 같은 그는 눈을 끔뻑끔뻑하며 나를 살폈다. 그제야 나는 뜨뜻미지근하게 "아……." 뱉었다.


  동료가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만난 해양생물을 경이로워할 때면 그가 말하는 바닷속이 궁금했다. 산호는 같은 바다를 다음에 또 찾게 했다. 깨끗한 물에 사는 그 생명체가 고귀해 보였다. 마침 창작과비평에서 산호와 관련된 책 <ㅈㅈㅅㅎ>를 제공 받았다. 산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였다. 이 책을 읽은 후 동료가 산호를 이야기했다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가 만족할 반응을 해줬을 텐데.


  프롤로그부터 찬찬히 읽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전 준비단계에서 초조한 설렘을 느꼈고, 사진 자료를 보면서 나도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쳤다. 넓게 펼쳐진 산호군락이 환상적이다. 합천 황매산에서 철쭉군락을 보는 것과 같을까. 진주 남강유등축제처럼 형형색색일까.

<백화 현상>을 읽고 산호의 생존력에 감탄했다. 수온이 높아지면 산호에게 대규모 백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다행히 일시적이다. 환경이 좋아지면 공생 조류가 다시 산호 안으로 들어가서 산호가 회복되기도 한다. 산호는 단번에 죽지 않는다. 산호의 변화는 바닷물의 건강을 보여주는 신호다. 회복력이 있다고 오늘은 지구를 막 쓰고 내일은 아끼면 산호의 자연치유능력마저 줄어들 테다. 산호군락 전체가 하얗게 변해버리는 날에는 유골을 보는 기분이 들 거다. 참혹할 거다.


  둔한진총산호가 인상적이었다. 이 산호는 촉수를 감춰 마른 나뭇가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먹이를 사냥할 때는 촉수를 펼쳐 화려한 색을 보여준다. 이름과는 달라서 더 호기심을 자아냈다. 책에 있는 제주바다 산호지도에서 둔한진총산호가 살고 있을 섬을 체크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이라고 한다. 인간이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 힘쓰겠지만 산호도 너만의 생존력으로 오래오래 버텨주기를 바란다.



★창비와 텍스트큐브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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