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힘 곤도 마리에 정리 시리즈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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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지금은 3월, 시작의 계절.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고, 학생들은 학교로 가고, 어른들도 새 계절을 맞아 집안 정리하고, 업무도 새로 계획하는 시기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염병의 습격으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겨울 끄트머리에 머물고 있으며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난 2월 중순부터 우리나라 모든 것이 멈춰 서 있는 느낌...


그럼에도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봄은 기어코 찾아온다.


집에 있기 깝깝해서 동네 근처 산책로를 걷는데, 분홍색의 예쁜 꽃이 나무에 화사하게 펴 있다. 그 꽃나무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스크로 눈 제외한 나머지 얼굴 모든 부분을 다 가렸지만 기쁜 듯한 눈빛으로 분홍의 봄꽃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는다. 소생의 계절 봄은, 무심하면서도 긍정적인 무엇을 '툭'하고 인간에게 던져준다. 바로 '변화'


이 시대도, 내 마음도 심란하여 주변을 정리를 하고 싶었다. 주변이라 해봤자, 내 집. 내 옷, 내 책, 내 가구들에 한정되지만 말이다.




미니멀리스트의 대모이자, 정리의 여왕인 '곤도 마리에'의 신간 소식을 접하고 바로 신청해 읽었다. 결과는 만족.


이 책 속에서 뭔가 특별한 새로운 것이 있는 건 아니다. 평소 나는 정리에 관한 책이나 미니멀리즘 관련 책을 꾸준히 읽어서 이 책 속의 내용도 익숙하다. 또 곤도 마리에 씨의 책을 이미 여러 권 읽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다시금 뭔가 정리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 적혀 있듯이 정리는 <의식의 문제>, 즉 '정신'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이다.


정리는 마음가짐이 90퍼센트를 차지한다.

(중략)

그럼 정리에 대해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올바른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리를 위한 올바른 노하우는 물리적, 기술적 정리 수납 방법이 아니라, 올바른 마음가짐을 익혀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법을 말한다. 

8쪽, 『정리의 힘』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정리 방법, 정리 노하우에 관한 사진이나 그림 설명이 없다. 오로지 '글'로만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은 정리에 관한 포괄적인 안내이지, '꼭 이렇게 정리해야 한다'라는 방법론을 담은 수납 실용서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PART2에서부터는 [버리기 원칙]이나 [물건별 정리법], [정리 순서] 같은 실용적인 조언이 나오나, 하지만 세밀하거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지는 않았다. 개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물건, 가구, 집의 구조,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 등이 다 다를 테니 이렇게 개괄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개인적으로 이런 개괄적 설명이 자세하고 구체적인 설명 보다 더 명확하고, 적확한 설명으로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곤도 마리에 씨는 '정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정리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도 그런 편. 정리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시간 내서 정리하는 게 시간 아까워서 늘 바로바로 정리하는 편이다. 특히 부엌과 욕실이 깨끗하다. 꼭 필요한 물건, 평상시 늘 사용하는 물건만 있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부엌과 욕실에 없다. 청소나 설거지도 바로바로 한다.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따로 시간 내서 정리하는 게 귀찮아서. 뭔가 아이러니하지만, 전혀 아이러니하지 않은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


다만 문제는 책상과 책장. 곤도 마리에 씨의 말처럼 <정리는 마음의 문제>라고 책은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지만, 동시에 내 심리를 압박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책이 내게 주는 불안과 강박 때문에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게 아닌지. 책과 책상 정리 목표를 세워도 늘 두루뭉술. 나 스스로도 뭔가 회피하고자 하는 게 느껴지지만 이런 마음까지 자주 외면한다.


흠, 그럼 지금은 밤이 깊었으니 내일 책장과 책상 몽땅 정리해 볼까.


과연 곤도 마리에 씨 말처럼 '정리'가 내게 자신감과 행복을 주고, 살까지 빼줄 수(?!! ㅎㅎ) 있을런지. 정리 후에 도래한다는 '진짜 인생'을 기대하며, 한번 해보겠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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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라리 부동산과 연애한다 - 10억 부자 언니의 싱글 맞춤형 부동산 재테크
복만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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갹, 나를 위한 책이다!!!! +ㅂ+ ㅋㅋㅋ


남자친구는 있지만 결혼할 생각이 없는 싱글인 나. 그러나 문득문득 미래에 대한 불안감, 노후에 대한 걱정이 나를 휘어잡아 넘어뜨린다. (안 돼! ㅠㅠ) 배우자는 물론이고 자식도 없으니까 먼 훗날이 두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두려움 때문에 억지로 결혼할 수는 없는 노릇. 성격상 누군가와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 배우자의 가족도 내 가족처럼 살갑게 대하며 사랑할 수 있을지.... 전혀 자신이 없고, 또 그럴 마음도 현재로선 없다.


이 책 저자가 책에서 말한 대로, 나도 시대를 잘 맞나 싱글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하는 법. 혼자니까 배우자나 자식이 있을 때보다 더 2배로, 3배로 더 잘 준비해야 한다!!



저자는 IT 회사 디자이너로서 넉넉한 월급은 아니지만 버는 족족 백화점으로 가서 좋은 구두, 좋은 백을 사던 싱글 여성이었다. 한때 유행했던, '욜로'스러운 삶. 그러던 어느 날, 30대 후반이던 때 회사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고 저자는 이때 처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저자는 정신을 차리게(?) 되고 불안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우선 집이 한 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다른 문제니까. 집을 한 채 사면 우선 불안감이 덜할 듯싶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공부한 후에, 괜찮은 위치에 있는 아파트를 전세 끼고 2,000만 원에 구입했다. 당시 한창 상승 모드라 차익 발생! 그리고 차익보다 더 좋았던 건 '내 집 마련을 했다'라는 든든함이었다. 저자는 여기서 자신감을 얻어 더 열심히 공부하며 투자를 지속했고, 그래서 지금은 10억 자산의 소유자가 되었다.


저자가 직장 생활 와중에 어떻게 짬을 내어 공부했는지 중간중간 나오는데 그 열의가 좋았고 상당한 투지가 느껴졌다. 읽는 나도 막 열심히 투자 공부하고 집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그리고 책 처음부터 끝까지 '부동산으로 자산을 불리는 일이 얼마나 신나고 재밌는지 여러분도 느껴보세요!'라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부동산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들썩들썩!


확실히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집이 한 채 있으면 정말 자신감 넘치고 즐거울 것 같다. 든든하고 기쁠 것 같고. 세입자로 사는 삶은, 2년마다 불안하고 또 집주인에게 준 '돈의 기회비용'을 생각할 때 자기 집이 없는 건 여러모로 손해인 것 같고 말이다(나가는 돈은 비슷하나 집을 사면 집이 남지만, 세입자로 살면 집은 없고 남는 건 흘러간 세월뿐이다).


이 책은 싱글 여성에게 현실적인 부동산 재테크 조언이 들어 있어 좋았다. 실용적인 팁도 있고 특히나 부동산 중개소의 문턱을 넘기 힘든 나 같은 사람에게 꿀팁 내용이 많았다. 부동산 중개인을 만날 때 어떻게 살갑게 대해야 하는지, 중개소를 어느 정도로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책 속 내용만 봐도, 내가 중개인이라면 좋은 매물 나왔을 때 다른 사람 다 제쳐놓고 제일 먼저 저자에게 연락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느낌이 든다. 재테크나 부동산에 관심 있는 싱글에게 추천한다. 싱글 아닌 분이 읽어도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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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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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 외 다른 동식물과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차이점은 바로 <'의문'을 가지는 존재이냐, 그렇지 않은 존재이냐>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인간은 의문을 풀려고 여러 세대를 이어 노력한다.  이것이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졌던 의문 중 가장 궁극적이고 심원했던 의문은 바로 다음과 같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작품 이름이기도 한 이 질문은, 인류가 늘 품었던 질문이기도 했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고, 신화를 만들었다. 종교 또한 이 의문에서 잉태되었다. 시간이 흘러 이 의문을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논리로 사고하기 시작한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였다. 비약적인 발전은 있었으나 이때도 시대적 한계로 당시 철학자들의 주장은 단지 개인의 생각이나 학파의 믿음일 뿐 실증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르네상스 시대가 되었고 세계는 신 중심 세계에서 다시 인간 중심의 세계로 바뀌었다. 덕분에 인간에게 유용한 과학, 기술 분야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신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할 때였다. 세상과 자연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너무 오묘하고 신기했기 때문에 신이 아니면 이런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신의 전지전능함을 찾고자 매일 밤 밤하늘을 보고 또 보며 천체의 운동을 계산했다. 하지만 관찰하면 할수록, 치밀하게 계산하면 할수록 놀랍긴 놀라운데 계속해서 이전 이론에 허점(완벽하지 않음)이 보였고, 그 허점을 보완하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관찰하고 연구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결과가 쌓이고 쌓여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이제는 거의 논란의 여지가 없는 <빅뱅 이론> 등이 나왔다.




이 책은 플라톤이 생각한 정적이고 아름다운 완벽한 우주부터 시작해, 천동설을 뒤집은 지동설, 우주의 시작과 끝에 대한 과학자들의 상상, 실제 관측 결과, 그래서 양파 껍질 벗기듯 조금씩 알게 된 '우주의 시작'과 '우리의 유래'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지구 밖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 높은 확률까지 제시(구체적으로 외계 생명의 외모까지 어떨 것이라는 설명도 있음)한다.


옛 신화를 지어냈던 사람들은 세상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이 세상이 만들어진 기원부터 상상했다. 그들의 상상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았지만, 세상의 기원과 인류의 기원을 생각하고 따져보는 것은 옳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의 과학', '현재의 천문학'은 21c 식 새로운 신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의 신화와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세상의 기원'을 고도의 수학으로 계산 가능하며, 입증 가능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책 속에는 방탄소년단의 <DNA>와 스윗소로우의 <GRB080913> 가사가 나온다. 신화를 서사시로 남긴 옛사람들처럼 우리도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기원에 대해 서사시를 써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놀라운 이야기라서.




책 군데군데 어려운 과학적 내용도 나오지만 크게 구애받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우주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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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하게 내버려 두면 안 돼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7
첼시 클린턴 지음, 지안나 마리노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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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만 사는 지구를 상상해 보자.


코가 엄청 길고 몸집도 엄청 큰 코끼리가 이 세상에 없어졌다. 어흥! 하며 나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 호랑이도 없어졌다.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저 먼 곳을 아련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갈퀴가 수북한 수사자도 없다, 그의 새끼인 새끼 사자도, 그 새끼 사자를 돌보고 매섭게 사냥을 하는 암사자도 없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귀여운 판다도 없다. 물 위에 배영을 하며, 배 위에 맛있는 조개를 올려놓고 앙증맞은 돌로 깨서 그 조개를 먹는 해달도 없어졌다고 느껴보는 것이다. 정글에서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는 고릴라도 없어졌고, 똑똑해서 마치 숲속에 사는 사람 같은 오랑우탄도 더 이상 세상에 없다고 상상해보라. 또 바닷속에서 어마어마한 몸집을 이끌고 남모를 대화를 속삭이고 사랑을 나누며 대양을 누비는 대왕고래도 없어졌다고 해보자. 공룡이 이 지구의 주인이었을 때부터 바다 깊숙한 곳에서 끊임없이 헤엄을 치며 태어난 이후 단 한 번도 잠들지 않았던 고래상어도 없어졌다고 상상해보시라. 지구가 뜨거워져 북극에 있던 얼음이 다 녹아, 서식지를 잃고 앙상한 몸으로 바다에 익사한 북극곰도 떠올려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우리 지구 다채롭고 다양한 생명의 행성인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어서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동물이 하나둘씩 지구에서 사라지고, 앞으로는 인간과 인간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는 동물들만 남을지도 모른다. 삭막하고, 상상력이 부족한 지구로 곤두박질쳐질 것이다. 오로지 인간의 필요에 의한 동물만 있는 지구는 과연 풍요로운 지구라 할 수 있을까. 다양상과 상상력이 없는, 오직 착취만 있는 지구가 될 것이다.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의 딸, 첼시 클린턴의 『멸종하게 내버려 두면 안 돼』 그림책을 보았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동물들의 귀여운 그림과 그 동물의 짧은 설명만 담아냈는데도 메시지는 강하다. 아이들에게 동물들을 그냥 멸종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경종을 울리는 책. 아이에게 겁을 주진 않는다. 다만, 동물들의 귀여운 삽화와 그들의 하루 일과를 해가 뜨는 아침부터 달이 뜨는 밤까지로 보여주며 이 동물들에게 감정이입토록 한다.


'그러니 멸종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라고.... 이 사랑스럽고, 개성 있는 동물이 이 지구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우리가 행동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짧지만 강하고, 메시지 뚜렷한 그림책.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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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개 미래의 고전 60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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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5마리의 개들과 함께 살았다. 다섯 마리 개들 모두 우리 집에 온 사연이 다 달랐다. 개들은 성격도 달랐고, 외모도 달랐고, 또 그들의 운명도 모두 달랐다. 나는 개가 무척 좋은데, 어쩔 때는 사람보다 개가 더 좋을 때도 있는데, 그래서 나는 개와 함께 살기가 겁난다. 때때로 개를 내 우선순위 밑에 둬야 한다. 개와 함께 살면 기쁨도 크지만, 때로는 죄책감 혹은 미안함도 크게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귀찮을 때도 있다. 성가실 때도 있다. 화가 날 때도 있다. 마음의 상처를 줘야 할 때도 있다. 분명히 개가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 또한 얼마나 괴로운지, 얼마나 미안한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이상은 개와 함께 살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개를 그렇게 좋아하면 한번 키워보라고 권유해도, 나는 개가 '키우는' 객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사는 주체'라 말하며 번번이 함께 살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다섯 마리의 개들과 함께 살면서 몇 년을 함께 살았든 그래서 함께 얼마나 많은 즐거운 시간을 쌓았든 간에,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 늘 마음속에 잔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섯 마리의 개, 다섯 가지의 사연. 다 제각각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강숙인 작가의 단편동화집 『길 위의 개』를 읽었다. 총 6편의 동화가 실려 있고, 그중 5편은 마음 따뜻한 이야기이고 마지막 이야기인 「길 위의 개」는 따뜻하면서도 슬픈 이야기였다. 이 책에 실린 여섯 가지 이야기들이, 나도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겪어본 일들이었고 그래서인지 읽다가 마음이 아릿아릿했다.


이 책에는 소위 '외국의 비싼 개'는 등장하지 않는다. 강아지 종은 언급되지 않지만 대부분 옛날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발바리' 같았다. 뭔가 있어 보이는 개는 아니지만, 착하고 말 잘 듣는 좋은 개. 그래서 어린이들이 마음 활짝 열고 좋아할 수 있는 개.


나랑 함께 산 5마리 강아지 중 3마리가 발바리였다. 그중 2 마리는 어릴 적에 시장에서 사온 강아지였고(내 어렸을 때만 해도 외국 강아지는 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시장에서 1만 원이면 살 수 있는 강아지를 키웠다), 1마리는 떠돌이 개였다. 이 개는 길을 걷다가 뱃가죽이 거의 등가죽에 붙은 것처럼 앙상하게 말랐었는데 그 모습이 안 돼 보여서 마당으로 불러들여 밥을 줬었다. 당시 그 집에 살 땐 거의 항상 대문을 열어 놓았는데, 매일 같은 시간이면 꼬리치며 우리 집에 왔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함께 살게 되었다. 말도 잘 듣고, 듬직하며, 무엇보다 집 잘 지키는 개. 사료도 깨끗하게 먹고, 물도 조심조심 얌전하게 먹었으며 뭐랄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신뢰할 거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정말로 내가 좋아한 개였는데 역시나... 끝은 좋지 않았다. 함께 즐거웠던 순간이 너무나 많았는데, 떠오르는 기억은 그때 그 이별의 순간.... 나는 나쁜 일의 공모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강숙인 작가의 『길 위의 개』 속 여러 단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길 위의 개」다.


화자의 부모님은 공장의 부도를 막기 위해 시골에 계신 할머니에게 부탁해 시골집을 팔게 한다. 시골집을 팔면서, 할머니와 함께 살던 강아지 '보배'를 다른 사람에게 줘야 했는데 부모님은 할머니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보배'를 유기시키려 한다. 부모님의 욕심, 부모님의 무책임함, 그리고 부모님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다 알면서도 빈곤층으로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 애써 보배를 외면하는 화자. 화자는, 그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죄책감, 미안함.... 아니 이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마음이 들고 괴롭다.


사람과 사람 간의 책임만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도 사람에 대한 책임 못지않게 중요하다. 화자가 느꼈을 마음이, 언젠가 내가 느꼈던 그 마음과 똑같아서 죄책감도 들고 마음도 아팠다.


책 표지에서 눈물 흘리는 강아지의 모습처럼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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