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ㅣ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 외 다른 동식물과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차이점은 바로 <'의문'을 가지는 존재이냐, 그렇지 않은 존재이냐>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인간은 의문을 풀려고 여러 세대를 이어 노력한다. 이것이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졌던 의문 중 가장 궁극적이고 심원했던 의문은 바로 다음과 같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작품 이름이기도 한 이 질문은, 인류가 늘 품었던 질문이기도 했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고, 신화를 만들었다. 종교 또한 이 의문에서 잉태되었다. 시간이 흘러 이 의문을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논리로 사고하기 시작한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였다. 비약적인 발전은 있었으나 이때도 시대적 한계로 당시 철학자들의 주장은 단지 개인의 생각이나 학파의 믿음일 뿐 실증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르네상스 시대가 되었고 세계는 신 중심 세계에서 다시 인간 중심의 세계로 바뀌었다. 덕분에 인간에게 유용한 과학, 기술 분야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신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할 때였다. 세상과 자연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너무 오묘하고 신기했기 때문에 신이 아니면 이런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신의 전지전능함을 찾고자 매일 밤 밤하늘을 보고 또 보며 천체의 운동을 계산했다. 하지만 관찰하면 할수록, 치밀하게 계산하면 할수록 놀랍긴 놀라운데 계속해서 이전 이론에 허점(완벽하지 않음)이 보였고, 그 허점을 보완하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관찰하고 연구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결과가 쌓이고 쌓여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이제는 거의 논란의 여지가 없는 <빅뱅 이론> 등이 나왔다.
이 책은 플라톤이 생각한 정적이고 아름다운 완벽한 우주부터 시작해, 천동설을 뒤집은 지동설, 우주의 시작과 끝에 대한 과학자들의 상상, 실제 관측 결과, 그래서 양파 껍질 벗기듯 조금씩 알게 된 '우주의 시작'과 '우리의 유래'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지구 밖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 높은 확률까지 제시(구체적으로 외계 생명의 외모까지 어떨 것이라는 설명도 있음)한다.
옛 신화를 지어냈던 사람들은 세상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이 세상이 만들어진 기원부터 상상했다. 그들의 상상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았지만, 세상의 기원과 인류의 기원을 생각하고 따져보는 것은 옳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의 과학', '현재의 천문학'은 21c 식 새로운 신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의 신화와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세상의 기원'을 고도의 수학으로 계산 가능하며, 입증 가능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책 속에는 방탄소년단의 <DNA>와 스윗소로우의 <GRB080913> 가사가 나온다. 신화를 서사시로 남긴 옛사람들처럼 우리도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기원에 대해 서사시를 써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놀라운 이야기라서.
책 군데군데 어려운 과학적 내용도 나오지만 크게 구애받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우주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학생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