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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心의 선물 - 물건에 대한 특별한 명상
노영심 지음 / 열림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2005년 2월 16일. 나는 서울에 있었다.
이 책이 나온 기념으로 영심언니는 <선물전>이라는 전시회를 하셨다.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조금은 좁은 듯한 전시 공간에 그분이 계셨다.
지금까지 티비로만 보아왔던 그 모습과 많이 다르셨다. 그때까지, 조금은 촌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깨졌다. 감각적이셨다. 스포츠 캐주얼 차림이셨는데, 위엔 검정 후드 잠바, 밑엔 검정 롱치마를 입으셨다. 그리고 포인트, 예쁘고 깜찍한 퓨마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그리고, 단발로 자른 머리는 왠지 도시적인 느낌과 귀엽다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옷차림 뿐만 아니라, 얼굴도 자그마하시고 피부도 좋으셨다. 내가 그때까지 알던 것 중, 유일하게 익숙했던 건, 그분 목소리와 말투 뿐이었다. 전시도 그분과 닮은 모습이었다. 감각적이고 참 예뻤다.
부산에서 사간, 그분의 책 두권은 나의 지인에게 주고, 그곳에서 새로 책2권을 사서 사인을 받았다. 사인 받는 것도 얼마나 두근거리는지,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쭈삣쭈삣하고 있으니까, 영심 언니 도와드리는 어떤 분이 나를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이분이 나를 격려해서, 언니에게로 가서 사인받으라고 부추겨 주셨다. 그리고 도너츠도 먹어보라며 주시고, 정말 고마웠다. 밝으신 분 같았는데, 그분덕에 내 마음도 따뜻하게 녹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욱 부끄러움을 많이 탔었다. 그래서 영심언니가 사인을 해주시면서 이것저것 물으시는 말씀에 그저 '네...네...'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사인받기 전에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렇게 밖에 못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찼다. 그냥 갔다온 것만으로도 그렇게 내 마음은 훈훈해졌다.
사실 이 책은 절판되었다가 다시 출판되었다. 헌책방 골목에 가서, 아무리 물어봐도 없어서 포기했었는데, 다시 출판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 사실도, 내기 이 분 홈페이지에 글을 썼는데, 영심언니가 직접 책이 새로 나온다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아, 직접 달아주시다니. 이런 생각에 정말 행복했었다. 가슴도 쿵쾅 뛰고. 그래서 그때 내가 쓴 글이랑 그분의 댓글은 따로 프린트도 었다. 이 책은, 내게 이런 추억을 안겨주었다. 내 손에 꼽힐 만한 행복한 추억을.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을 때, 나는 이 책들을 본다. 이번에는 <선물>을 폈다. 여러번 읽어서, 내용은 다 알지만 또 읽어도 다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이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았고.
선물이란 무엇일까.
그냥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날에 서로 필요한 물건 주고받는 데서 그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해서, 선물을 주고 받는 것도 무미건조하고, 일이년 지나면, '그때 내생일엔 무얼받고, 저애 생일땐 난 무엇을 줬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또한 그랬다. 지금도 그럴때가 많고.
이책을 읽으면서 <선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꼈다. 선물은, 그냥 주고받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 선물에는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어야 한다.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물건은, 받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준 사람의 마음이 선물과 편지, 쪽지 속에 깊숙히 스며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물은 거창하고 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행복을 준다.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까지 마음속 저 깊은 곳에 무엇이 울린다.
영심언니는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은 철학자나 성공한 사람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영심 언니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유명인이지만 이 책을 보면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언니만의 철학으로 행복과 사랑, 그리고 선물에 대해 정의하신다. 그리고 직접 선물을 구상하고, 포장하고, 특별한 방법으로 지인들에게 전한다. 행복을 잘 알고, 직접 행하는 모습은 내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사실, 나는 영심언니에 대해 아는 게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절친한 지인을 통해 언니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나는 나의 지인이 영심 언니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불편했다. 처음에는 질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인이 진정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모습이 부러워서, 그런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영심 언니는 주변 지인이나 어떤 물건들을 많이 좋아하신다. 나는 그런 모습이 부러웠던 것이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전까지 사람이나 물건에 애착을 가지고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내 무의식은 사랑도 없는 삶이 싫었나보다. 사랑할 줄 알고,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을 부러워하게.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인과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사랑하고,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려고 한다. 아직까지 쉽게 잘 되지 않는다. 지인에게 선물을 줘도 영 반응이 안 좋아 속상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면서 더 사랑과 행복을 알게 되겠지. 그리고 나중엔 이 모든 것들이 추억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 주겠지.
이런 변화라는 선물을 주신, 영심언니,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