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찾기
마리네야 테르시 지음,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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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가 간혹 유리에 반사된 나의 얼굴을 보게 된다. 뚜렷하지 않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다기보다(사실, 뚜렷하지 않지만) 내가 뭘 말하려는지 얼굴에 나타나 있지 않다. 존재감이 없는 얼굴이라 할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새롭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은 바로 <내 얼굴 찾기 프로젝트>이다. 내 개성을 찾자는 프로젝트인데 내가 원하는 바를 뚜렷하게 생각하고 결심한다면 얼굴에 그런게 어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 갔는데, 나의 프로젝트 이름과 비슷한 책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책을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거랑은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과 책 제목이 그다지 확 맞다는 생각도 안 든다. 그래도그래도, 주인공이 자신의 현실을 깨달았으니,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고 할 수 있을까.

  주인공은 15살 소년, 가브리엘이다. 가브리엘의 아버지 가브리엘1세(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같다)가 집을 나가셨다. 가브리엘은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너무 많고, 그 추억들이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비록 부칠수 없는 편지이지만, 그래도 편지를 쓰는 도중에는 아버지를 만났다. 그게 그에게 위안이 되었다. 사춘기 소년에게 맞게, 만나는 여자친구 이야기도 하고, 이상하게 끌리는 여자 이야기도 적는다. 그렇게 모든걸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아버지였으니까 말이다.

  가브리엘의 집엔, 아버지가 집에 계시고 어머니가 밖에서 일을 하셨다. 그래서 어머니와는 거의 단절수준이라 할 수 있는 대화만 했고, 아버지는 거의 모든 추억을 함께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어머니와 소년 가브리엘은 서로의 마음을 여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시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고, 여태껏 몰랐던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알게되고 배신감을 느끼고, 혼란에 빠진다.

  사실 그전, 아주 전부터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를 좋아하니, 아버지의 좋은 모습만 그렇게 기억하고 싶었던 거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아니, 이렇게 생각해야지, 자신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있었던 안 좋은 추억을 계속 생각해봤자, 좋을게 없으니까.

  결국엔, 아버지가 오랫동안 좀 떨어져 있는게 아니라, 이제 영영 볼수 없다는 사실을 수긍한다. 아버지의 죽음도 그냥 죽음이 아니라 아버지의 자살로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그렇게 자살한 아버지 가브리엘은 분명 잘못했지만, 그의 죽음은, 또다른 관계의 시작을 만들어 줬다. 아들 가브리엘과 그의 어머니와의 관계 말이다.

  모든 것은, 이렇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가보다. 죽음까지도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작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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