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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 심리학 - 반복되는 인생의 NG 장면, 그 비밀을 파헤치다
이남석 지음 / 예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몇 달 전에 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었다.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행복해진다는 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누구나 다 경험해 본 일은 아닐 것이다. 머리로는 알기 쉬워도 몸과 마음까지 그런 사실을 깨닫긴 힘들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저 때의 강렬한 경험 이후로 더 심리학에 관심이 더 많이 간다. 많이는 아니지만, 마음과 몸에 관한 책도 꾸준히 읽고 있는 중이다. 심리학과 마음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해도, 그 순간 바로 행복해지거나, 사람에 대해 깊이 있게 알긴 힘들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체득되지 않아서 일까. 그래서 책만으로는 한계를 느낀다. 그래도 책이 내게 주는 정보는 값지다. 책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은 내가 골똘히 생각하고, 직접 실행에 옮겨야 한다. 마음으로든, 몸으로든 실행에 옮겼을 때, 비로소 책의 가치는 몇 배나 더해진다. (역시, 책은 중요하다.)
항상 새롭게 꾸며지는 나의 기억들
가끔 옛날에 있었던 일을 생각할 때, 우리는 그때 있었던 일을 그대로 회상하고, 그때의 마음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생각은 생각과 다르다. 우리의 기억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현재 내 마음 상태와 바람, 믿음에 의해 항상 변하는 것이다. 이런 건 언제 느낄 수 있냐면, 다른 사람과 옛날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대화할 때이다. 처음에는 '그래, 그때 그랬지.' 하면서 서로 공감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야기가 구체화되어 갈수록 서로 기억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전에 해피투게더 '프렌즈' 편을 보면, 친구들이 나와서, 옛날 재미있었던 일이나 특이한 일들을 막 이야기 하면, 연예인분은 잘 모르겠다, 그런 일 없었다, 아니야, 그게 아니고 좀 다르지 않았니,라는 대답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보통은, 친구의 말이 맞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사실 아무도 모를 일이다. 두 명 모두 없었던 일을 있었던 일처럼 착각하는 거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 또한 그는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에 가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그곳을 구경하는 장면을 담은 광고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벅스 버니의 손을 잡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에서 벅스 버니를 만난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보라고 하자 그 중 62퍼센트가 벅스 버니와 악수를 했다고 했고, 45퍼센트는 포옹을 했다고 기억했다. 어떤 학생들은 귀나 꼬리를 만져 보았다고 했으며 심지어 벅스 버니에게 당근을 준 장면을 생생하게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실험자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기억해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그 학생이 아주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벅스 버니는 워너브라더스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디즈니랜드에서는 절대 만나볼 수 없다는 것이다 " - p. 30
나또한 이런 경험이 있다. 전에 내 친구A와 겪었던 일을 친구B에게 이야기 해줬다. 친구B와 만나서 그 이야기를 몇 번 했었는데, 좀더 시간이 지나고, 그 일에 대해서 말을 하는데 친구B가 자기도 거기 있었다며 이야기 했다. 당혹스러웠다. 사람의 기억은 이렇게 조작되기도 하구나, 하며 놀라워 했었다. (똑똑한 친구였는데. 하하핫)
긍정적 거짓말의 효과
예전에 나는 내 마음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었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를 바라보아서 힘들었다. 괴로워서, 도저히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마음 먹고, 1년 이상, 매일 밤 일기나 틈틈이 하는 메모에다, 좋은 말, 긍정적인 말을 썼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꼬박꼬박 좋은 생각, 좋은 말을 적었다. 처음에는 내 마음과 다른 글들을 적는게 꺼림칙했고, 무슨 효과가 있을까 했는데,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니까 나도 모르게, 사물이나 사건을 보는 시각부터 긍정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론, 100% 변한 건 아니다. 부정적인 생각도, 사는 데에 도움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것까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무튼, 어떻게 보면 나는 본래 마음과 달리, 글로써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진심의 말과 거짓말이라는 게 상대적인 개념이라 구분이 확실히 가지만, 사람의 마음 상태까지 고려하면, 둘의 구분은 상당히 모호한 것 같다. 모호한 것이라면, 자신에게 좋게 진심 혹은 거짓말을 하는 게 좋은 게 아닐까. 자신에게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그런, 말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너무 정직해도 좋지 않다. 마음의 긍정적인 거품까지 모조리 걷어버리고, 너무 진실만 알려고 파고 드는 것도 꽤나 사람에게 좋지 않은가 보다.
" 회색 거짓말은 대인관계의 전략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 건강에 유용한 치유책이 될 수 있다. 심리치료사 찰스 포드에 따르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거짓말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주변을 냉소적으로 관찰하고, 그 결과 다른 사람보다 현실을 더 정확하게 본다. 결국 우울한 사람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볼 때도 환상이나 허위의 것을 적당히 섞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이야기하느라 절망의 늪으로 빠져든다. UCLA 심리학과 셸리 테일러 교수는 어느 정도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이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 - p.74
마음과 몸의 연결
시각과 마음가짐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자연적으로 다른 것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쉽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때 행복을 느끼는 게, 비단 마음에만 좋은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아주 옛날부터, 인간에게 혼이 있다고 믿었고, 사람이 죽으면 비록 육신은 땅에 묻히지만, 영혼은 계속 살아 하늘로 가거나 우리 주위를 맴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생각'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이므로, 육체와 다른 혼이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뇌에 관한 연구가 진행 될수록 우리에게 따로 혼이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정신적 활동은 '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평소 잘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충격적인 일을 겪게 되면, 갑자기 초췌해지고 며칠 있다가는 늙어 보인다는 생각까지 든다. 어떻게 생각만으로 갑자기 늙어 보일 수 있을까.
우리의 생각도 뇌 안에서 일어나는 육체활동이다. 그러므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면, 당연히 우리 눈에 보이는 몸에도 이상증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피부뿐만 아니라, 몸 속 장기의 원활한 활동까지 바꿀 수 있다.
" 1995년 일본의 고베 지진 발생 후, 청각 장애가 생긴 여자가 있었다. 이 환자는 생리학적으로 장애를 일으킬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이웃에 살던 수의사가 빌딩의 돌 더미에 깔려 살려 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은 후에 청각을 잃었다고 말했다. 허버트 벤슨 교슈는 조사 결과, 환자의 마음이 장애를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여자는 돌 더미에 깔려 있는 수의사를 발견하자마자 도와주겠다고 소리쳤다. 그런데 상태를 보니 수의사는 어느 정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고, 때문에 다른 사람들부터 먼저 구출했다. 후에 수의사를 구하러 가려는데 갑자기 불이 났고, 건물은 무너져버렸다.
여자는 수의사가 큰소리를 지르며 고통으로 몸부림칠 때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뇌는 자신이 수의사에게 가지 못했던 이유를 만들었고, 청각을 마비시켜 스스로 청각 장애인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뉴욕타임즈』에도 소개된 바 있다. " -p.84
5~6세 때부터 기억이라는 걸 슬슬하게 되면서 부터, 세상을 좀더 잘 인식하게 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생각'을 하지만, '생각' 그 자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무리 뇌나 심리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도, 더욱 더해지는 건, 우리들 자신이고, 연구의 업적이 쌓이면 쌓일 수록 더 우리의 무지를 깨닫게 되고, 더욱 '모르는 것'만 늘어간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필자의 말처럼 그래도, 지금까지 쌓인 뇌나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을 수록, 그렇게 해서 나와 사람에 대해 알게 될 수록, 후회하면서 반복해온 잘못된 선택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을 수 있다. 우힛, 앞으로도 심리학책 많이 읽고 싶은 바람이다.
* 필자는 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요즘 워낙 심리학과 뇌 연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뇌의 몇 몇 명칭이 등장하고, 사람의 감정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 이름이 등장합니다.
생소한 것도 몇 개 있긴 하지만, 익숙한 용어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물론, 몰라도 글 읽는데 별 지장은 없고, 가볍게 쭉쭉 읽을 수 있어요 ^-^
심리와 뇌에 관해 상식차원에서 읽어두면 좋겠네요.